제주민예총 주최, 트라우마와 침묵의 구조를 예술로 성찰한 참여형 공연
4·3의 정서적 기억을 무대로… 관객이 의미를 완성하는 제의적 연극
[제주도민일보 우종희 기자] ㈔제주민예총(이사장 송맹석)은 제78주년 제주4·3을 맞아 오는 내달 3일 오후 7시 30분,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창작극 ‘무제(無題): 사라진 자들의 이야기’(작‧연출 민경언)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제주4·3을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닌 오늘의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정서적 기억과 내면의 울림으로 재해석한 창작무대다. ‘기록과 재현’이 아닌 ‘감각과 공명’으로 접근하며 공동체 무의식 속에 자리한 트라우마와 침묵의 구조를 예술적으로 성찰하는 참여형 공연으로 기획됐다.
작품은 기록되지 못한 존재, 이른바 ‘비존재’의 시선에서 4·3의 아픔을 풀어낸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시공간 속에서 무덤을 지키는 ‘무덤지기’로 등장한 이들은 반복되는 질문과 움직임으로 망각 속에 갇힌 집단적 상처를 드러낸다.
무대는 얼음처럼 굳은 ‘순백의 공간’으로 연출돼 정명되지 못한 4·3의 동결된 시간을 상징한다.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배우들이 던지는 파편화된 이야기를 스스로 이어가는 ‘제의적 주체’로 참여하며 듣는 행위 그 자체가 공연의 의미를 완성하는 요소가 된다.
출연진에는 배우 김수보, 조성진, 진정아, 김철호, 박설헌, 김현주, 김균택, 강지현, 김선우, 이슬기가 이름을 올렸으며 아역 최아인, 김우진이 함께해 세대를 관통하는 4·3의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음악은 김남훈 음악감독이 이끄는 ‘제주빌레앙상블’이 라이브로 연주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4·3 유족들로 구성된 ‘4·3 평화합창단’(지휘 이영효)이 무대에 올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창작극 ‘무제’는 러닝타임 80분, 14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