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흔적 속에서 되살아나는 삶의 자취
정방형 프레임에 담긴 역사와 기억의 풍경
[제주도민일보 우종희 기자] 제주4·3의 비극 속에 사라진 마을들의 흔적을 기록한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가 서정희의 개인전 ‘잃어버린 4·3 마을’이 내달 1일부터 26일까지 서귀포시 대정읍 무경갤러리(추사박물관 인근)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제주 전역에 흩어져 있던 110여 곳의 ‘잃어버린 마을’을 추적하며 수년간 기록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지도 속 지명과 행정기록, 지역 어르신들의 증언을 따라 중산간 일대를 걸으며 사라진 마을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만난 곳은 더 이상 마을이라 부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담장과 우물, 집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밭과 대나무숲, 깨진 도자기 파편만이 남아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사진 속의 풍경은 한때 사람이 살았던 자리의 기억을 고요히 품고 있다.
특히 작품 속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나무숲은 잊힌 마을의 상징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의 소리는 그곳이 삶의 자리였음을 말없이 증언한다.
서 작가는 “무엇이 남았는가보다 무엇이 사라졌는가를 마주하는 작업이었다”며 “지워진 공간의 침묵을 오늘의 시선으로 기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왜곡 없는 정방형 프레임은 공간을 과장하지 않고 관람객이 풍경의 밀도를 정면으로 응시하도록 이끈다. 현재의 빛과 색은 과거의 시간을 불러내며 사진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기억을 붙드는 틀로 기능한다.
전시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며 동명의 사진집 ‘잃어버린 4·3 마을’ 발간과 함께 선보인다. 이번 작업은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제주4·3의 상처와 기억을 이어가는 시각적 아카이브로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