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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추념식 울릴 소해금 연주 량성희, ‘특별한 사연’ 주목

명예회복 문화/예술 추모/기념
요약

재일 제주인 량성희가 제78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소해금 연주를 통해 분단과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담은 무대를 펼친다. 량성희의 증조부와 친척들이 4.3 당시 희생되었으며, 강제 징용된 할아버지 기준 85년 만의 귀향이다. 북한의 '조선 클래식' 음악을 통해 남북 음악 교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공연으로 주목된다.

생애 첫 제주 방문..."증조부 희생기록 열람, 고향 방문 예정"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엄수되는 제78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는 재일 제주인의 특별한 연주가 울려 퍼진다.

바리톤 고성현과 함께 가곡 '얼굴'을 연주하는 재일 제주인 량성희의 소해금 연주.

소해금은 북한판 바이올린으로 불리는 북한에서 발전한 현악기로, 이번 연주는 단순한 음악 공연을 넘어 분단과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담은 상징적인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량성희에게 이번 제주 방문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의 가족사에는 제주 4·3의 비극이 깊이 새겨져 있다. 량성희의 증조부와 친척 네 명 이상이 4.3 당시 희생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량성희에게는 강제 징용된 할아버지를 기준으로 85년 만의 귀향이며, 제주4·3을 기준으로는 79년 만의 가족 귀향이다.

량성희의 할아버지는 1941년 일본에 의해 북해도 탄광으로 강제 징용됐다. 할머니 역시 1943년 일본으로 건너가야 했다. 해방 이후 가족은 일본 오사카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할아버지는 오사카 이쿠노구 나카가와의 철공소에서 선반공으로 일했고, 할머니는 쯔루하시 암시장에서 쌀과 면직물 장사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일제에 의해 옥고도 수차례 겪어야 했다.

식민지와 전쟁의 상처는 오래 남았다. 할아버지는 강제 징용에 의한 북해도 탄광 노역의 후유증으로 44세의 나이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고, 할머니는 홀로 네 자녀를 키워야 했다. '조선적' 동포로서 일본 사회의 차별과 분단의 영향 하에서 살아야 했다. 그녀의 가족사에는 한반도의 근현대사가 그대로 투영이 돼 있다.

이번 방문에는 그녀의 아버지와 그의 형제, 친지들도 처음으로 고향땅을 밟는다. 아버지는 재일조선인 교육기관인 오카야마 조선학교 교장을 지낸 인물이다. 량성희 가족은 제주에 도착한 뒤 제주4·3평화재단을 방문해 증조부의 희생 기록을 열람하고, 가족의 옛 고향도 찾을 예정이다. 제주도 뿌리는 제주시 이호리(이호동)이라고 했다.

강제 징용, 재일 동포의 삶, 제주 4·3의 기억이 겹겹이 쌓인 가족사가 이번 4·3추념식 무대에서 소해금의 선율로 울려 퍼진다.

"큰 아버지가 4.3 유가족으로 보상을 받고 나서야 유가족임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4.3사건은 대단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학살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남매를 당당한 ‘조선’ 사람으로 키워주신 조부모님과 부모님께 더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특히 민족학교의 음악 교원이셨던 어머니 덕분에 일찍부터 조선학교에서 민족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량성희는 오카야마에서 태어났지만, 청소년 시기를 재일 한인 집성촌인 오사카의 이쿠노(生野区) 지역에서 성장했다. 이번에 생애 처음 맞이하는 제주 방문은 설레임이 크다.

"작년 음반 녹음과 11월에 서울에서 가진 첫 독주회를 계기로 한국에 처음으로 왔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조선 클래식’을 세계로 알리는 창으로서 한국 활동도 중요하고, 조선(한) 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음악을 통해 알리기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그리고 뿌리가 되는 고향에 꼭 방문해 음악가로서 귀향 연주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4.3추념식의 출연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량성희는 4세에 피아노를 시작으로, 히가시오사카조선중급학교를 입학해 민족기악소조 활동으로 소해금에 입문했다. 이후 오사카조선고급학교 시절 재일조선학생중앙예술경연대회에서 연이어 금상을 수상한 후, 평양음악대학(민족기악과)을 졸업했다. 북한 유일의 국립해외예술단인 동경 소재 금강산가극단에 입단해 11년 간 악장으로 활동을 했다. 2016년에는 북한 최고 권위의 콩쿨인 '2.16예술상'에서 최고상을 수상하고, 2018년 4월 평양의봄 국제친선예술축전에서 은상을 수상해 실력을 검증받았다. 북한의 매체인 ‘내나라’가 량성희 인터뷰(2018년 12월)에서 그녀를 공훈 배우로 적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평화의 섬 제주에서 갖는 이번 연주는, 북한에서 발전한 우리식 고전음악, 즉 '조선 클래식' 음악을 통해 남북 음악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무대라는 점에서도 주목이 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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