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에서는 4·3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자문단이 출범했다.
이 자문단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과 별도로, 제주도의회가 제정한 ‘4·3 역사왜곡 대응 법률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구성된 공식 기구다. 도의회, 유족회, 제주지방변호사회 등의 추천을 거쳐 위촉된 5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필자 역시 그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위촉되었다.
이 자문단의 의미는 단순히 ‘또 하나의 위원회가 생겼다’는 데 있지 않다.
그동안 4·3을 둘러싼 왜곡 문제는 주로 유족이나 관련 단체가 개별적으로 대응해 왔다. 현수막, 온라인 게시물, 발언 등 다양한 형태로 왜곡이 반복되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일관된 기준이나 체계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응의 부담 역시 상당 부분 유족과 단체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번 자문단은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도다.
무엇이 법적으로 대응 가능한 사안인지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정정 요청이나 삭제 요청, 나아가 민·형사상 대응까지 단계적으로 검토하는 기능을 맡는다. 모든 사안을 곧바로 소송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사안의 성격과 효과를 고려해 가장 적절한 대응 방식을 선택하는 구조다.
특히 최근에는 왜곡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발언이나 집회 수준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특징을 보인다. 짧고 단정적인 문장이 반복되면서 사실관계를 단순화하거나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자문단 위촉 과정에서 이루어진 간담회에서도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단순히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왜곡 사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확산을 초기 단계에서 차단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공유되었다. 이는 대응의 속도뿐 아니라,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대응은 특정 사례에 대한 일회적 조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축적되는 왜곡을 관리하기 위한 장기적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대응 기준이 축적되고, 유사한 사안에 대한 판단이 정리될수록, 그 자체가 일종의 공적 기준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물론 법적 대응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역사에 대한 인식은 결국 교육과 사회적 공감 속에서 형성된다. 다만 법은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표현이 허용될 수 있는지, 어디부터는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적 기준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3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조사와 논의를 거쳐 진상조사보고서가 작성되었고, 그에 따른 제도적 조치들도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곡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대응 방식 역시 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법률자문단의 출범은 그 변화의 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개별 대응에서 공적 대응으로, 사후 대응에서 선제 대응으로의 전환이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앞으로 어떤 기준이 만들어지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게 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왜곡에 대응하는 방식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