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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주도민일보

“추운 겨울 연락 끊긴 형님…내년엔 찾기를” 제주4·3의 봄은 언제 오나

명예회복 유해발굴 추모/기념
요약

제78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유족들이 모여 추모하는 가운데,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의 한탄이 이어졌다. 이순자, 김술생, 배광능 등 유족들은 78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을 잃은 슬픔과 함께 유해 발굴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제78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서 가족 시신 찾지 못한 유족들 한탄

[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제78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3일 오전 찾은 제주4·3평화공원.

추운 겨울이 물러가고 따뜻한 햇볕이 가득했지만, 이곳을 찾은 4·3 유족들의 눈가는 여전히 시렸다.

이날 평화공원 내 설치된 각명비를 더듬으며 눈물을 흘리던 이순자(80)씨 옆에 있던 딸 이수진(50)씨가 어머니의 등을 조용히 어루만졌다.

전날 경주에서 제주로 온 이수진씨는 “어머니가 외할아버지 얘기를 할 때마다 또 같은 소리를 한다고 제대로 듣지 않았다”라며 “오늘 처음으로 평화공원을 찾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고, 어머니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았던 저를 반성하게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는 마냥 관광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아픔이 있는지 몰랐다”라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어머니와 이곳을 찾아 외할아버지를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또 다른 유족 김술생(77)씨는 4·3으로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 친척 등 10여 명을 잃었다.

김 씨가 가르킨 각명비에는 김 씨의 시아버지와 친척들 이름이 빼곡했다. 그 중에는 겨우 2살난 아이 2명의 이름도 있었다.

김 씨는 “시아버지와 친척들 시신은 찾았는데 아직 친정아버지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라며 “다음 추념식 땐 아버지의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눈물을 보였다.

한 행방불명인 표지석 앞에서는 흰머리가 희끗한 배광능(86)씨가 집에서부터 가져온 과일과 술, 음료수 등을 정성스레 올려두는 모습이 보였다.

배 씨가 음식을 올려둔 표지석은 10살 넘게 차이가 나는 형님의 것이었다. 이윽고 배 씨는 표지석을 닦고, 술을 올린 뒤 차분히 두 번 절을 했다.

배 씨는 “내가 9살 때 21살이었던 형이 갑자기 끌려갔다”라며 “형님은 아주 추운 어느 겨울 목포형무소에서 잘 지낸다는 전화를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어졌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매년 4·3 추념식이면 이곳을 찾는다”라며 “어릴 적이지만 아직까지도 형님 얼굴이 생생하다. 내가 살아 있을 때 시신이라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싶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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