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했던 시절, 제주의 아픔을 노래로 위로해 온 <잠들지 않는 남도>가 돌고 돌아 다시 제주4.3희생자추념식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제78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제주특별자치도립합창단은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합창했다. 2019년 추념식장에 울린지 7년만이다.
광주5.18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있다면 <잠들지 않는 남도>는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제주4.3의 노래다. 가수 안치환이 작사·작곡해 1989년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에 수록됐다.
4.3을 추모할 때면 불리던 이 곡은 2014년 4.3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이후 공식 행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곡의 태생이 민중가요인 데다 가사 속 '반역', '통곡', '분노' 등 당시의 시대상을 투영한 단어들이 쓰였기 때문인지, 공적인 자리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4.3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가곡이나 성악곡이 불리는 등 적절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잠들었던 노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년 제70주년 추념식에서 처음 공식 순서에 포함됐다. 2019년 제71주년 추념식에는 작곡가인 안치환이 직접 제창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특히 안치환이 4.3유족회와 협약을 맺고 음원을 4.3추념식·위령제에서 무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증하며 <잠들지 않는 남도>는 4.3의 대표곡으로 자리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추념식 행사가 대폭 간소화되면서 <잠들지 않는 남도>는 다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후 지난 6년 동안 추념식 피날레는 유명 대중가수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72주년인 2020년에는 김진호 <가족사진>, 2021년 스윗소로우 <푸르른 날>, 2022년 <상사화>, 2023년 카이 <나 가거든>, 2024년 인순이 <아버지>, 2025년 양희은 <상록수>가 마지막 곡으로 선택됐다.
특정 연도에는 4.3을 대표하는 또 다른 곡인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불리기도 했고, 대중가요라 할지라도 4.3의 서사에 맞춘 선곡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반면, 4.3이 지닌 한(恨)의 정서를 담아내기에는 모자람이 있다는 아쉬움 역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방황하던 <잠들지 않는 남도>는 국민주권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
7년 만에 공식 피날레 곡으로 울려 퍼진 <잠들지 않는 남도>를 마주하며 참가자들은 깊은 감회를 전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국민주권 정부가 들어서면서 4.3 역시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다"며 "오랜 기간 도민들을 위로해 온 <잠들지 않는 남도>가 다시 불리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