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공원서 유족·도민 등 2만여명 추모
김민석 총리·오영훈 지사 “진실 규명·명예 회복 끝까지”
제78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엄수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한 이날 추념식은 ‘4·3의 역사는 평화를 품고, 역사의 기록은 인권을 밝히다’를 슬로건으로 열렸다.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이후 처음 맞는 추념식으로, 희생자 유족과 도민, 정부 주요 인사, 정치권 관계자 등 2만여명이 참석해 4·3 영령을 추모했다.
추념식은 식전 진혼무에 이어 오전 10시 정각 1분간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후 헌화와 분향, 국민의례, 인사말, 추념사, 유족 사연 소개, 추모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정부를 대표해 추념사를 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4·3의 진실을 마주하고 올바른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역사적 사명”이라며 “국민주권정부는 4·3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제주 곳곳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제주도민의 마음에 봄은 아직 먼 것 같다”며 “내 가족이자 이웃이었던 3만여 명의 제주도민이 희생된 7년 7개월의 기억과 오랜 침묵의 세월이 여전히 가슴 깊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고하게 희생되신 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했다.
김 총리는 4·3의 아픔이 오늘의 민주주의와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4·3의 역사를 잊지 않은 제주도민과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주셨다”며 “4·3의 여정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폭력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입법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김대중 정부의 특별법 제정, 노무현 정부의 첫 공식 사과, 문재인 정부의 보상 근거 법제화를 잇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4·3 기록물 1만4000여 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고, 4·3의 아픔을 담은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며 “진실과 화해, 상생의 가치로 승화된 4·3의 정신을 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4·3의 역사를 끝까지 기억하고 기리고 되새기면서 평화와 인권의 가치 위에 더 큰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 나가겠다”며 “결코 제주4·3과 작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인사말에서 “제주4·3은 이제 세계의 역사”라며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4·3의 진실과 가치가 전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가족관계 정정과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 확인 등 뜻깊은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며 “마지막 한 분까지 찾아내겠다는 각오로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제주4·3 정신이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 전역, 나아가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강요된 침묵의 세월을 견뎌내며 4·3의 진실을 지켜낸 것은 유족들의 처절한 버팀이었다”며 “4·3은 이제 제주만의 아픔을 넘어 세계가 공감하는 역사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3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과 특별법 개정, 왜곡 처벌 규정 마련 등 남은 과제 해결에도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75년 만에 친아버지의 딸로 이름을 되찾은 고계순 어르신의 사연도 소개돼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작은아버지의 자녀로 살아온 고계순 어르신은 올해 4·3위원회 결정으로 가족관계가 바로잡히면서 비로소 친아버지의 딸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유족 사연 소개 뒤에는 바리톤 고성현과 소해금 연주자 량성희, 피아니스트 이경민의 추모공연과 제주도립 제주합창단의 합창이 이어졌다. 본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위령제단을 찾아 헌화와 분향을 하며 4·3 영령의 넋을 기렸다.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4월 3일을 국가기념일인 ‘제주4·3희생자 추념일’로 지정하고 매년 국가 추념식을 봉행하고 있다. 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