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132) 3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20명 무죄
“어머니는 항상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며 돌아오신다고 옛날 살던 곳에서 지내다 돌아가셨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야 제주국제공항에서 유해가 발굴돼 희생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21세 청년은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일본으로 건너가려다 붙잡힌 뒤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언도 받은 뒤 행방불명됐다.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살아있을 것이라며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마지막으로 함께 살았던 곳에서 평생을 살았다. 결국 이들의 만남은 죽어서야 이뤄질 수 있었다.
21일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김상훈 부장)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강태백 등 20명에 대한 제3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에는 3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이 열려 강순정 등 희생자 20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재판 역시 억울하게 끌려가 죽임당한 희생자 20명 모두 뒤늦게 결백한 명예를 회복했다.
오후 재판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희생자는 한석기, 양신봉, 박중흠, 오동학, 고시진, 강태백, 허두문, 고근수, 김한추, 윤덕빈, 김정호, 현주규, 정생두, 양진원, 현성우, 현경호, 현원학, 채치만, 김봉추, 홍술생 등 20명이다.
희생자들은 당시 누명을 쓰고 징역 실형과 징역형 집행유예,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다. 불법 재판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고초를 겪었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판결로 인해 토벌대나 군경에 의해 다시 체포돼 학살당하거나 행방불명됐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희생자 중 4.3 당시 불법 군법회의를 통해 사형을 선고받고 행방불명된 희생자 고(故) 현성우는 1948년 당시 21세 나이로 피의 광풍을 피하려다 붙잡혀 구금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고인은 가시리에서 무허가 집회를 열고 불온 삐라를 작성하는 등 혐의다. 이어진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재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48년 4월 가족과 연락이 끊긴 고인은 1949년 6월, 제주경찰서에 구금된 뒤 곧이어 열린 2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채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그는 사라졌다.
발언 기회를 얻은 고인의 손녀사위 이일 씨는 “과거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알았었다. 1970년대까지도 돌아가신 줄 몰랐고 2000년대 초반 제주국제공항에서 유해가 발굴되면서 처형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인어른께서는 아버지 사진을 한 장이라도 구할 수 없겠냐고 말씀하신다. 사진 한 장도 구할 수 없어 너무도 안타깝다”며 “많은 유족들이 억울함을 겪었는데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는,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고인의 아들인 현봉철 씨는 태어나고 얼마 안 돼 아버지를 행방불명으로 잃었다. 이후 남은 가족들은 원래 살던 곳을 떠나 겨우 몸을 피신했다. 이후 1960년대 들어 현씨의 어머니는 살던 곳에 있어야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며 4.3 전부터 살던 동네로 돌아갔다.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출력해 온 현씨는 “4.3에 대해서는 어릴 때 어머니께 들었던 것이 전부”라며 “어머니는 항상 아버지가 살아계실 것이다, 돌아오신다 라며 옛적 살던 곳으로 이사가 외롭게 사시다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해보면 그때는 좌도 우도 아닌 살기 위해 낮에는 정부 편에, 밤에는 산사람들 편에 섰다. 국민을 지켜주는 정부는 없었다”며 “남아있는 사건들도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 어두웠던 과거를 기럭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상훈 부장판사는 “모두 돌아가신 이후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날 선고가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고 유족들이 겪은 그간의 고초를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길 희망한다. 더불어 명예를 회복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2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9월23일)
김태규, 홍종봉, 박신원, 지문옥, 오태전, 김옥선, 홍중화, 오태순, 오태보, 김윤평, 김희관, 한형조, 정홍남, 강인식, 고한성, 좌우보, 김두만, 김성훈, 조원배, 안대규
26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9월23일)
김봉호, 강창우, 양영춘, 현순종, 고성춘, 한우섭, 홍두표, 이동준, 임백기, 고원식, 조경호, 임기방, 이경문, 문기남, 김순경, 강을생, 윤수형, 이승택, 기경출, 송휴진
27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10월28일)
고창림, 강순홍, 문춘옥, 홍남하, 김창희, 김신림, 강순현, 김윤희, 고사만, 양병호, 배문경, 강상보, 박창효, 양을평, 박윤지, 오도연, 강주남, 신찬호, 김석구
28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10월28일)
안덕찬, 좌중호, 강승호, 신응반, 신응두, 김군택, 강병호, 현병림, 현기정, 문상기, 오규환, 강기종, 이수성, 양남호, 백우현, 이세근, 이계춘, 김용주, 이성규, 문보택
29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10월28일)
고완병, 김필순, 강위풍, 윤학석, 진윤식, 최문빈, 강효생, 김용철, 강영호, 강희찬, 임한준, 강승홍, 강성봉, 한석도, 오희윤, 강장성, 임평문, 조화옥, 송운옥, 오진옥
6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5년 11월25일)
김병규, 김종인, 김화윤, 김능환, 백창순, 양원춘, 이성수, 강창겸, 김남형, 문진옥, 김성오, 김세홍, 손석규, 현인하, 김규현, 김현수, 고창룡, 정원호, 강창균, 송두경, 양이운, 김구하, 김의창, 양문오, 문지윤, 양철호, 이완형, 김규림, 김두호, 김인하, 이태훈, 양시우, 고치영, 홍옥녀(이명 홍옥례), 강반삼, 강창언, 김희현, 최병호
30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2월10일)
강기춘, 오형준, 고창선, 정철훈, 신수길, 한공칠, 이기선, 신수용, 오창현, 이재공, 문철수, 정삼길, 이용준, 이남호, 김정생, 김상호, 한봉섭, 김상백, 조창휴, 장치만
3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2월10일)
김두창, 오봉언, 김두관, 오봉진, 허기열, 강인화, 고석준, 홍진표, 양동익, 한창숙, 김상호, 백운기, 신덕칠, 문시용, 안임생, 김귀호, 김승부, 김보준, 강기택, 백경훈
3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4월21일)
강순정, 고순향, 고창진, 고태욱, 김영두, 김태호, 문도현, 박창송, 박창호, 박성순, 양경하, 양능용, 양지학, 오두규, 정순모, 한재은, 한태화, 함시종, 현홍식, 홍남두
3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4월21일)
한석기, 양신봉, 박중흠, 오동학, 고시진, 강태백, 허두문, 고근수, 김한추, 윤덕빈, 김정호, 현주규, 정생두, 양진원, 현성우, 현경호, 현원학, 채치만, 김봉추, 홍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