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당시 무고한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한국의 쉰들러’ 고(故) 문형순 경찰서장(1897~1966)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영화제작사 에이치필름이 문 서장의 실화를 토대로 영화 ‘부당하므로 불이행(가제)’을 제작한다고 6일 밝혔다.
문 서장은 성산포경찰서장 재임 중인 1950년 8월 30일 예비검속자들을 총살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공문에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고 쓰고 끝까지 집행하지 않아 주민 약 300명을 살려낸 인물이다.
당시 6·25 전쟁이 발발, 예비검속으로 수천명의 제주도민이 처형됐지만 문 서장이 관할하던 성산포경찰서 관내에서는 단 6명만 희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나치 독일에 의해 대량 학살될 위기에 처한 유대인 1200여 명을 구한 ‘오스카 쉰들러’에 비유되는 이유다.
독립군 출신으로 6·25 참전유공자인 문 서장은 2018년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됐으며, 2019년에는 아시아태평양조정포럼(APMF)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각본을 쓴 제주 출신 고훈 감독은 “한 경찰을 영웅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참극을 막은 경찰의 시선으로 제주 4·3을 새롭게 보려는 것”이라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고혁진 에이치필름 대표도 “영화 ‘지슬’ 이후 4·3을 영화화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져왔지만 경찰의 시선에서 바라본 4·3은 이 영화가 처음”이라며 “이런 시도는 4·3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에 있어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제주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제주 4·3 80주년인 2028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당한 명령에 맞서 제주도민들의 억울한 희생을 막은 문 서장의 ‘의로움’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