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134) 3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20명 무죄
“오늘날 민주주의 제도와 절차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거듭 확인하게 됩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잘못을 직시, 피해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 있는 용기를 오늘의 재판이 우리 사회에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망인들을 변호하기 위해 법정에 나선 변호사가 힘겹게 변론을 이었다. 희생자의 억울함이 눈물로 대신 터져 나오는 것을 애써 막는 모습이었다.
9일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김상훈 부장)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김경환 등 20명에 대한 제3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경환, 김상은, 강팽성, 오복아, 오정혁, 정복선, 양봉익, 홍중석, 정두옥, 안재인, 강삼용, 강만수, 강방수, 강창규, 고석원, 고승화, 김중립, 안상보, 오남해, 이완영 등 20명에 대해 각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오전에도 20명이 명예를 회복했다.
피고인이 된 4.3희생자들의 죄명은 대부분 포고 제2호 위반 및 법령 제19호 위반 등이다. 지금에야 죄명을 알 수 있지만, 당시 희생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끌려가 처벌을 받았다. 그들에게 찍힌 억울한 낙인은 대를 이어 전해지기도 했다.
검사의 공소사실 요지 진술, 증거 없음에 따른 무죄 구형 등 평소와 같은 재판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희생자들의 변호를 맡은 김정은 변호사는 최후 변론에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울음에 목이 막힌 탓에 잠시 말을 멈추기도 한 김 변호사는 “제주4.3 당시 제주는 전쟁 같은 시간을 겪었다. 해방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공포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밭을 일구던 농부, 아이를 가르치던 교사, 결혼을 앞둔 젊은이가 재판을 받게 됐다.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어머니고 아들이며 학생인 이들은 피의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 김상은 님은 이호에서 아이를 가르치던 교사였다. 마을이 소개되자 산으로 피신한 뒤 돌아오지 못했다”며 “희생자 홍중석 님은 국가의 부름으로 토벌 작전에도 참여했는데 연락을 받고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가 소식이 끊겼다”고 사연을 소개했다.
또 “안상보 님은 당시 오현중학교 학생이었는데 3.1운동 전단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인천형무소에 수감, 행방불명됐다. 우리나라 독립 역사를 기억하려는 어린 학생은 그렇게 감옥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검사가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것이 실체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늦었지만, 법과 질서가 사람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고 있음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생자 강팽성의 손자 강경훈 씨는 “조부님은 일본에서 유학하다 해방을 맞아 고향 사람들을 돕겠다는 애향애민 정신으로 귀향했다. 일본이나 타지에서 입신양명할 기회가 있었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그런데 그 뜻을 펼치지 못하고 아까운 나이 운명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조부님의 유해를 확인하지 못했다. 재판이 있기까지 예전 기록이나 일본에서의 활동 등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개인의 한계가 있다”며 “조부님뿐만 아니라 아직 규명할 사실과 내용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명예 회복을 위해 관심과 지원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27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10월28일)
고창림, 강순홍, 문춘옥, 홍남하, 김창희, 김신림, 강순현, 김윤희, 고사만, 양병호, 배문경, 강상보, 박창효, 양을평, 박윤지, 오도연, 강주남, 신찬호, 김석구
28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10월28일)
안덕찬, 좌중호, 강승호, 신응반, 신응두, 김군택, 강병호, 현병림, 현기정, 문상기, 오규환, 강기종, 이수성, 양남호, 백우현, 이세근, 이계춘, 김용주, 이성규, 문보택
29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10월28일)
고완병, 김필순, 강위풍, 윤학석, 진윤식, 최문빈, 강효생, 김용철, 강영호, 강희찬, 임한준, 강승홍, 강성봉, 한석도, 오희윤, 강장성, 임평문, 조화옥, 송운옥, 오진옥
6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5년 11월25일)
김병규, 김종인, 김화윤, 김능환, 백창순, 양원춘, 이성수, 강창겸, 김남형, 문진옥, 김성오, 김세홍, 손석규, 현인하, 김규현, 김현수, 고창룡, 정원호, 강창균, 송두경, 양이운, 김구하, 김의창, 양문오, 문지윤, 양철호, 이완형, 김규림, 김두호, 김인하, 이태훈, 양시우, 고치영, 홍옥녀(이명 홍옥례), 강반삼, 강창언, 김희현, 최병호
30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2월10일)
강기춘, 오형준, 고창선, 정철훈, 신수길, 한공칠, 이기선, 신수용, 오창현, 이재공, 문철수, 정삼길, 이용준, 이남호, 김정생, 김상호, 한봉섭, 김상백, 조창휴, 장치만
3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2월10일)
김두창, 오봉언, 김두관, 오봉진, 허기열, 강인화, 고석준, 홍진표, 양동익, 한창숙, 김상호, 백운기, 신덕칠, 문시용, 안임생, 김귀호, 김승부, 김보준, 강기택, 백경훈
3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4월21일)
강순정, 고순향, 고창진, 고태욱, 김영두, 김태호, 문도현, 박창송, 박창호, 박성순, 양경하, 양능용, 양지학, 오두규, 정순모, 한재은, 한태화, 함시종, 현홍식, 홍남두
3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4월21일)
한석기, 양신봉, 박중흠, 오동학, 고시진, 강태백, 허두문, 고근수, 김한추, 윤덕빈, 김정호, 현주규, 정생두, 양진원, 현성우, 현경호, 현원학, 채치만, 김봉추, 홍술생
3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6월9일)
강두근, 강반삼, 강열, 고예구, 양관표, 김해주, 부덕현, 송정석, 신상균, 이덕삼, 강영반, 김평기, 문동화, 송경욱, 양시우, 오창우, 김관성, 김서규, 강군열, 강기호
3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6월9일)
김경환, 김상은, 강팽성, 오복아, 오정혁, 정복선, 양봉익, 홍중석, 정두옥, 안재인, 강삼용, 강만수, 강방수, 강창규, 고석원, 고승화, 김중립, 안상보, 오남해, 이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