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7일 시행된 가운데, 온라인 혐오와 역사 왜곡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4·16재단, 5·18기념재단,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주4·3평화재단은 7일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개정 망법) 시행에 맞춰 발표한 공동 입장문에서 온라인 혐오 표현과 왜곡 정보 확산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후속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개정 망법이 혐오·차별 선동 정보를 ‘불법정보’로 명시하고 플랫폼에 신고·처리 의무를 부과한 점은 의미있으나, 현행 제도만으로 진화하는 실제 유통 구조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단체들은 먼저 개정 망법의 혐오·차별 선동 정보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개정 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 및 허위조작정보의 유통금지 등)은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해 규율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같은 이중의 고강도 요건은 권리 침해 입증을 어렵게 만들고, 반복적 희화화와 은어·밈의 누적 유통, 알고리즘 추천에 따른 조직적 확산 등 실제 피해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단체들은 “이중 요건을 완화하고 콘텐츠 유해성 판단 시 누적성과 반복성을 명문화해 피해자 구제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플랫폼 규제 대상의 사각지대도 문제로 제기됐다. 개정 망법의 신고·처리 의무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적용되며, 시행령상 그 기준은 직전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 명 이상인 경우로 정해져 있다. 관련해 단체들은 정작 온라인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 정보가 집중 유통되는 중소형 커뮤니티 상당수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실효성 있는 대응을 위해 기준을 일평균 이용자 수 50만 명 수준으로 낮추고, 혐오·불법 정보 유통 비중을 반영한 다층적 기준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가 ‘사후 신고 처리 의무’에만 머물러 플랫폼이 혐오와 왜곡 정보를 증폭시키는 구조적 위험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개정 망법이 유포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근거는 마련했지만, 이를 방치한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제한적 책임만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단체들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처럼 거대 플랫폼에 체계적인 위험관리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이미 왜곡으로 확정된 정보가 재유통될 경우 기술적 필터링 등 플랫폼 차원의 선제적 조치를 강제해야 한다고 했다. 단체들은 “혐오와 역사 왜곡은 특정 인물이나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역사적 진실과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관한 공동의 과제”라며 “표현의 자유를 두텁게 보호하면서도 인격권을 침해하는 혐오가 방치되지 않도록 제도를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 등을 위해 시행된 개정 망법을 두고 각계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불법·허위정보 규정이 모호해 삭제·제재 근거가 되는 정보 내용 상당 부분이 플랫폼 기업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져 언론·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플랫폼 기업이 법적 책임을 우려해 게시물을 과도하게 삭제하거나, 기업이나 권력 집단이 언론의 비판을 입막음하기 위해 소송부터 제기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후원은 더 좋은 기사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