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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넘어 미래로’ 제주4·3아카이브 기록관,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

라키비움 형태 복합형 구조...12월까지 타당성.기본계획 수립 용역

초기 설계와 입지 쟁점 부각...'4.3평화공원 vs 원도심' 건립부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제주4·3기록물의 체계적 보존과 활용을 위해 추진 중인 ‘제주4·3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5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6월 제안서 평가와 착수를 거쳐 현재 기본구상 수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제 실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기록 보관 시설을 넘어 4·3의 기억을 미래세대 교육과 연구, 국제 평화 담론으로 확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4·3아카이브 기록관은 총사업비 300억 원(국비 100%) 규모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된다.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을 결합한 라키비움(Larchiveum) 형태로 조성되며, 보존·전시·교육·연구 기능을 통합 수행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된다.

제주도는 4·3 기록물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체계적 보존을 목표로 단계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5년 4월 제주4·3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같은 해 8월 이재명 국민주권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제주 7대 공약에 반영됐다. 이어 기본계획 수립 용역 국비 2억 원이 확보되며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5월 입찰 공고를 통해 재단법인 한국자치경제연구원 등 2개사를 용역사로 선정했다. 이어 지난달 제안서 평가를 통해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작업이 착수됐다.

용역은 6월 26일부터 12월 22일까지 180일간 진행된다. 과업 내용은 △기록관 건립 기초자료 및 현황 조사·분석 △기록관 건립 관련 제도·법규 분석 △도민, 유족회 등 관련 기관·단체 의견수렴 및 설문조사 △기록관 건립 후보지 분석 및 규모 제시(후보지별 검토 항목의 비교 분석 및 내용 도출) △기록관 건립 기본구상(성격, 목적, 기능 및 방향 등) △기록관 건립 건축 및 시설 기본계획 수립 △법률·정책·경제·기술적 건립 타당성 검토 및 분석, 건립 타당성 종합 검토 및 제언 등이다.

이 중 기록관 건립 후보지 및 규모 등에 대한 검토 결과가 주목된다. 용역 과정에서 공청회와 의견 수렴을 통해 최종 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다.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의 설계를 위한 구상 작업은 이제 본격화되고 있다. 첫 설계 방향이 제주4·3의 미래 100년을 결정할 핵심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중요성이 강조된다.

기록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제주4·3의 기억을 보존하고, 교육과 연구로 확장하며, 세계와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무엇을 담을 것인가…어디에 건립할 것인가

전문가와 유족, 행정 모두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초기 설계의 중요성’이다.

이런 가운데 기록관을 어디에 건립할 것인지, 그리고 건립 시 무엇을 담아야 할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9월 25일 제주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주4·3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토론회’에서는 4·3 관련 단체와 유관기관, 도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록관 건립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논의는 기록관의 역할과 기능, 운영 방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날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건립과 운영 사례(홍인화 전 5·18기록관 관장)와 ‘기록관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주제로 한 발표(김재순 전 나라기록관 관장)도 있었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는 기록관 설립 방안과 함께, 4·3평화기념관 전시관의 신기술 도입을 통한 재구축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록관의 입지와 기능 구성에 대한 의견도 이어졌다.

하성용 제주도의회 의원은 "기록관 건립 입지로 원도심 또는 평화공원 내 설치 여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찬식 당시 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평화기념관 자체를 사료관 기능까지 포함한 복합공간으로 확대·증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종민 당시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제주가 기록물 클러스터 조성의 중심이 되어 기록관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도민과 4·3유족의 의견을 공론화해 건립 부지를 모색하고, 4·3 기록물의 학술·연구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론 과정에서도 기록관 건립 부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주요 쟁점은 △제주4·3평화공원 내 설치 △원도심 지역 설치 등으로 나뉘었다. 평화공원 설치는 기존 기념공간과의 연계성이 장점으로, 원도심 설치는 접근성과 시민 확장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용역이 착수된 현 시점에서도 건립 방식과 조성 부지를 둘러싼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 양성주 부회장 “기록관 부지, 개인적으로 원도심 설치 검토 필요”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은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에서 “기록관 설립을 위한 용역이 이제 발주된 단계라 아직 유족회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된 부분은 없다”고 전제한 뒤, “기록관 위치와 관련해 4·3평화공원에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다른 곳을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원도심에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개인적으로 기록관이 원도심에 위치해야 원도심을 찾는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4·3을 접할 수 있고, 관련 자료도 분산 보관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록관 입지로 원도심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전시 방향과 관련해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자료 외에도 유족들이 소장한 다양한 자료들이 앞으로 보관·전시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또 등재 이후 생산된 기록물들도 함께 전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 허영선 전 소장 "기록관, 시작 단계부터 전문성·방향성 확보해야"

허영선 전 제주4·3연구소장은 기록관 건립 방향과 관련해 “시작이 중요한 만큼 추진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전 소장은 “아카이브기록관이 생긴다면 앞으로 4·3 미래세대 교육 등 모든 자료의 베이스가 돼야 하는 곳”이라며 “용역이라는 것은 항상 진행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예산을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성과 미래 방향을 잘 제시하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획단을 잘 구성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또 무엇을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4·3과 관련한 콘텐츠가 매우 많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은 유족들이 가진 희귀 자료들과 앞으로 발굴해야 할 자료들을 확장성 있게 담아내는 것”이라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국제적인 안목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시작 단계에서부터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이미 결정을 다 해놓고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에 와서 의견을 묻는 경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허 전 소장은 “그렇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반영하고, 목적을 명확히 세운 뒤 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여러 차례의 난상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설립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최근 광주 국립트라우마센터를 방문했는데, 외부인인 제가 보기에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지만 광주 5·18재단 이사장은 고개를 저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만큼 첫 단추가 중요하다. 시작 단계에서 다지기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어떤 방향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먼저 담을지 구상하는 작업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행정에서 용역을 발주하면 정해진 기간에 맞춰 진행되다 보니 시간에 쫓겨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세계적인 아카이브 기록관을 지향하려면 처음부터 탄탄하게 무엇이 선후가 될지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전 소장은 “결국 가치와 내용을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단순한 기억 넘어 미래로'...입지·기능·운영 방향 윤곽 주목

앞서 제주4.3기록물은 지난 해 4월 10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 등재 승인이 이뤄진 기록물 대상은 제주4.3의 진실 규명을 시작으로 화해와 상생의 과정이 담긴 '진실을 밝히다 : 제주 4.3아카이브(Revealing Truth : Jeju 4.3 Archives)'.

제주4.3 진실 규명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1만 4673건의 역사적 기록을 담고 있다.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1만 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이 포함됐다.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제주4.3기록물의 역사적 가치와 진정성, 보편적 중요성을 인정했다.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 등재권고를 한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제주4.3기록물에 대해 "국가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뤄내며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조명한다"며 "화해와 상생을 향한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와 맞물려 제주4·3아카이브 기록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기록관의 역할과 기능, 운영 방향, 건립 부지 등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기록관이 단순한 보존시설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고, 교육·연구·평화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방향성과 내용 구성이 구체화돼야 한다. 용역 과정에서 제시되는 의견 수렴 결과가 향후 사업 완성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기록관 건립을 통해 제주 4·3의 역사적 진실을 체계적으로 보존함으로써 역사 왜곡을 방지하고, 교육 및 문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제주도는 용역 추진 과정에서 의견수렴 절차 등을 통해 도민과 유족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최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용역은 제주4·3아카이브 기록관 건립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전문가와 도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4·3의 진실 규명과 화해의 과정이 담긴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4·3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과 취재협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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