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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경향신문

제주 4·3, 판소리, 한강 소설 낭독…세계 최대 공연축제 주인공은 ‘한국’

한글로 물든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초청 언어로 한국어 선정

아시아·단일 국가 언어 중 최초

한식 부스·K팝 버스킹도 진행

프랑스 남부의 작은 고도(古都) 아비뇽이 한국어로 물들고 있다. 교황청 광장을 중심으로 수백개의 공연 포스터가 도시를 뒤덮은 가운데 거리 곳곳의 안내판에는 프랑스어와 한국어가 나란히 적혀 있다. 극장 앞엔 한국 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지난 4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의 주인공은 한국 공연예술이었다. 올해 공식 초청 언어로 한국어가 선정되면서 한국 작품들이 축제 전면에 나섰다.

특정 언어권의 예술과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초청 언어 프로그램에 한국어가 선정된 것은 아시아 언어권 최초이자 영어·스페인어·아랍어처럼 여러 국가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단일 국가 언어로도 처음이다. 축제 공식 프로그램(IN)에 연극과 무용, 판소리, 다원예술 등 총 9편의 한국 공연이 초청됐다. 한국 작품이 아비뇽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11일 직접 둘러본 아비뇽의 거리 풍경은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실감하게 했다. 공식 초청작 중 하나인 <긴: 연희해체프로젝트Ⅰ>의 공연이 있던 이날 저녁, 마하바라타 페스티벌 바 극장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줄을 서 있던 프랑스 리옹 출신의 관객 마리 뒤부아는 “K팝과 영화는 접했지만 한국 공연은 처음”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연이 끝난 뒤 곳곳에서 기립박수와 “브라보”를 외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파리에서 온 한 관객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한국 문화에 대한 ‘문’을 발견한 것 같다”며 “음악과 에너지, 춤이 어우러진 멋진 쇼였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 공식 프로그램에 초청된 작품들은 한국 사회를 다양한 시선으로 비춘다. 한국 전통 연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긴: 연희해체프로젝트Ⅰ>을 비롯해 제주 4·3을 다룬 이경성 연출의 <섬 이야기>, 기후위기를 몸의 감각으로 풀어낸 허성임 안무의 <1도씨>, 해녀들의 노동을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풀어낸 <물질> 등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아시아 최초로 ‘연극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입센상을 받은 구자하 연출은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 세 작품을 선보인다. 톨스토이 단편을 판소리로 재창작한 이자람의 <눈,눈,눈>도 주목받고 있다.

오는 15~16일 공연되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낭독 공연은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오아조(Oiseau·새)>라는 작품명으로 아비뇽 교황청 명예극장에 오르는 이 작품은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낭독자로 나선다.

현지 관광객 장 뤼크는 “한강 작가의 작품은 프랑스에서도 많이 읽히고 있다”며 “이번 축제에서 가장 기대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현지 관계자는 “처음 한국 공연을 낯설어하던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부 공연은 현장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공연장 밖에서도 한국 문화 즐기기가 한창이다. 봉준호·박찬욱 감독의 영화 상영을 비롯해 정금형·이우환 작가의 전시, 한국문화도서전, K팝 버스킹 공연, 한식 부스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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