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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주도민일보

사진으로 마주하는 제주4·3의 ‘404 페이지’

박정근 작가 제주갤러리서 개인전, 제주4·3 생존자와 유족의 삶·풍경 담다

참혹한 장면 대신 일상과 기억의 흔적으로 사건의 현재성 드러내

사진 매체 한계로부터 출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역사’에 대한 태도 질문

[제주도민일보 우종희 기자] 사진작가 박정근의 개인전 ‘404: Page Not Found가 오는 23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지하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제주를 작업의 현장으로 삼아 오랫동안 이어온 제주4·3 관련 사진·영상 작업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생존자와 유족, 밀항의 바다, 마을 풍경 등 다양한 서사 층위를 한 공간으로 불러낸다.

전시 제목은 웹에서 요청한 페이지를 찾지 못했을 때 뜨는 오류 코드 ‘404’에서 가져와 하나의 이미지나 설명으로 결코 환원될 수 없는 제주4·3의 역사적 성격을 상징한다.

‘사소한 위로_오태경’ 연작은 제주4·3과 한국전쟁을 모두 겪은 한 인간의 생애를 통해 전쟁터에서 부상과 죽음의 공포를 마주하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엿을 먹던 일상의 순간들을 거대한 역사가 아닌 개인의 기억으로 되살린다.

‘희권과 영애 이야기’는 같은 날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부부가 된 두 사람의 연대기적 기록을 통해 이름 없이 존재했던 개인의 시간이 어떻게 시대를 통과해 왔는지 보여준다.

‘할머니,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는 오늘의 평범한 할머니·할아버지로 살아가는 제주4·3 생존자들 초상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와 기억을 비춘다. 제주에서 일본 오사카까지 이어지는 밀항 경로를 따라 찍은 바다는 오늘의 시선에선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지만 생존자들에게는 목숨을 걸고 건너야 했던 현해탄으로 남아 있다.

‘세상에 없는 나무’ 연작은 마을의 나무와 풍경을 통해 피로 물든 역사를 묵묵히 기억하는 또 다른 ‘목격자’를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사진이 과거를 온전히 복원하거나 증명할 수 있다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박정근의 사진에는 장소와 인물이 남아 있지만 지나간 시간 자체는 이미지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지 않으며 작가는 이 매체의 한계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404: Page Not Found’는 단순히 ‘찾을 수 없는 페이지’가 아니라, 쉽게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역사 앞에서 끊임없이 이해해 보려는 태도를 뜻한다. 관람객은 생존자의 얼굴과 목소리, 장소와 풍경, 그리고 사진이 끝내 담아낼 수 없는 시간을 마주하며 제주4·3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삶의 역사로 다시 만나게 된다.

전시 오프닝은 오는 23일 오후 5시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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