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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주의소리

있었지만 없었다, 제주4.3 담은 박정근 개인전 ‘404’

오는 23일부터 8월 10일, 서울 제주갤러리

제주4.3 생존자와 유족의 삶에 남은 흔적을 사진과 영상으로 좇아온 사진작가 박정근의 개인전 ‘404: Page Not Found’가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오는 23일부터 8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랫동안 제주를 작업의 현장으로 삼으며 이어온 제주4.3 관련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 제목은 웹에서 요청한 페이지를 서버가 찾을 수 없을 때 뜨는 오류 메시지에서 따왔다.제주4.3이 하나의 이미지나 설명으로 쉽게 환원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은유다.

전시는 사건을 과거의 비극으로 재현하지 않고 생존자와 유족의 삶, 장소, 사물, 증언 속에 남은 4.3의 흔적을 탐색한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 연작이 함께 소개된다. ‘사소한 위로_오태경’은 제주4.3과 한국전쟁을 모두 겪은 한 청년의 생애를 따라간다. 죽음의 공포를 마주하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엿을 먹으며 일상을 붙잡았던 기억은, 할아버지가 된 오태경의 증언에서 한 인간의 삶으로 되살아난다.

‘희권과 영애 이야기’는 같은 날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부부의 연을 맺고 혹독한 세월을 견뎌온 두 사람의 생애를 연대기로 기록한다. ‘할머니,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는 4.3 생존자들의 초상으로,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박정근의 사진에는 장소와 인물이 남아 있지만 지나간 시간 자체는 이미지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지 않는다. 작가는 이런 사진 매체의 한계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번 전시는 사진이 과거를 온전히 복원하거나 증명할 수 있다는 통념에도 질문을 던진다. 사진은 과거를 증명하는 기록물이기보다 끝내 닿을 수 없는 시간을 마주하게 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역사를 드러내는 매체가 된다.

이에 전시 ‘404: Page Not Found’는 찾을 수 없는 페이지를 의미하는 오류 메시지가 아니라, 쉽게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역사 앞에서 끊임없이 이해해 보려는 태도를 뜻한다.

전시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 오후6시 30분) 가능하다. 매주 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문의는 제주갤러리(jejugalleryseoul@naver.com)로 하면 된다. 전시는 제주도와 (사)한국미술협회 제주지회가 주최·주관하며, 오프닝은 23일 오후 5시다.

제주를 작업 현장으로 삼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온 박정근은 201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열었다. 2017년 제10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제주현대미술관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2018년에는 호주 아츠 태즈메이니아 레지던시, 2022년에는 중국 상하이 리오갤러리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했다.

‘잠녀’(열화당, 2016), ‘入島祖/입도조’(켈파트프레스, 2019), ‘은퇴 해녀의 불면증’(한그루, 2022·공저) 등을 출간했으며, 작품은 아라리오뮤지엄과 제주현대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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