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통일미래연구원(원장 고성준)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24일 ‘야크마을 제주’에서 재일제주인의 역사와 북송 실상을 재조명하는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이창익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는 ‘메아리 없는 북송 재일제주인의 그림자-증언으로 보는 북송귀국자들의 실태를 중심으로’를 발표하며, 재일제주인의 이주 역사와 북송사업, 그리고 북한에 남겨진 북송귀국자들의 삶을 가족 증언을 통해 조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제주도민들은 일제강점기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해방 이후에도 제주4.3과 극심한 생활고로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차별과 빈곤은 계속됐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조총련의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선전에 많은 재일동포들이 북송선을 선택하게 됐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진행된 북송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향한 재일동포는 모두 9만3340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90%가 제주를 비롯한 한반도 남부 출신으로 추정된다.
발표에서는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도착한 귀국자들이 처음 마주한 현실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화려한 환영 행사와 달리 북한의 생활환경은 매우 열악했고, 귀국자들은 도착 직후부터 “속았다”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들은 ‘귀포(귀국동포)’라는 이름으로 차별받았고, 거주·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받는 등 지속적인 감시와 통제 속에서 살아야 했다.
많은 귀국자들은 일본의 가족들에게 생활필수품과 생계비를 의존해야 했으며, 일부는 탈북 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번 발표는 양영희 영화감독 가족, 제주 출신 강경자 씨 가족, 해녀 양의헌 씨 가족, 현순혜 씨 가족 등 실제 북송 경험자와 가족들의 증언을 통해 북송사업이 개인과 가족에게 남긴 상처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증언들은 대부분 조총련과 조선학교의 권유, 생활고, 민족차별 등이 북송 결정의 주요 배경이었음을 말하고 있으며, 이후 북한에서의 생활고와 가족 생이별, 지속적인 경제적 지원 부담 등이 이어졌음을 증언한다.
이창익 교수는 발표를 통해 북송귀국자 상당수가 여전히 북한에 남아 있으며,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북송 문제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인권과 이산가족의 문제”라며, 북송귀국자와 가족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기록, 그리고 향후 교류와 지원을 위한 제도적·사회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종합토론은 오홍식 제민일보 대표의 사회로 강근형 제주대 명예교수, 김동전 제주대 교수, 이영종 전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제주 출신 북송 비극은 남한의 국가 폭력과 일본 정부의 기민(棄民) 정책 및 사회적 배제, 그리고 북한 당국의 사기적 유인과 인권 유린이 종적으로 결합하여 폭발한 ‘초국경적 연쇄 국가 폭력’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 남북 대화·교류 재개 시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할 대북 인도적 프레임워크의 선결 조건이나 공식 의제로서 ‘재일제주인 북송 2·3세들의 생사 확인 및 이산가족 서신 교환, 나아가 '북한 내 제주 출신 귀포자 집성촌의 실태조사 권한 확보’ 등을 연계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도 정교한 정책적 대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고성준 원장은 이번 세미나는 재일제주인의 일본 이주와 공동체 형성, 북송사업의 역사적 배경, 북한에서의 삶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가족들의 구술 증언을 통해 북송사업의 실상을 재구성한 연구이며 특히 재일제주인의 삶을 통해 한반도 분단이 개인과 가족에게 남긴 상처를 조명하고, 역사적 기억을 계승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언급했다.
이날 세미나 후 고성휴 전이사장을 비롯 연구원 이사들과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을 비롯 초대 인사가 참여한 기념행사가 있었다. 행사는 연구원 발전에 공헌한 분들에 대한 감사와 10년의 회고 그리고 새로운 10년을 위한 비젼과 계획이 논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