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피해보상 예산은 최근 수년간 심사 지연이 맞물리면서 대규모 감액과 불용이 반복돼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2025 결산 분석에서 지적했듯이 최근 3년간 불용액이 1500억원에 이르고, 다른 사업 재원으로 활용되는 일까지 되풀이됐다. 국가폭력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보상금이 행정 절차 지연으로 제때 지급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예산 집행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책임 이행을 늦추는 일이라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한 사안이다.
다행히 제주도는 최근 4·3실무위원회 신규 위원 5명을 위촉하며 심사 역량을 보강했다. 행정안전부 역시 실무위원회 인력을 확충해 보상금 심의를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보상금 심사는 전체 신청자의 84.7%까지 진행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반복된 국회 지적에 대한 후속 조치가 늦게나마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심사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될 것이다. 당초 2026년 완료 예정이던 보상금 지급은 이미 2028년으로 미뤄졌고, 희생자와 유족 상당수는 고령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명예회복과 피해 치유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실무위원 증원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심사 절차를 더욱 효율화하고 중앙위원회와의 협업도 강화해 보상금 지급 속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 4·3 피해보상은 실적에 앞서 국가책임을 완수하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민일보
webmaster@j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