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영상 42여점 공개⋯5.18 45주년 신작도 선보여
제주4․3의 역사를 작품으로 다루며 4․3미술을 이끈 4․3미술의 거장 강요배 화백이 민주화운동의 중심지 광주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제주4.3과 5.18민주화운동의 기억을 화폭에 담은 작가의 50여년 화업을 조망하는 자리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윤익)은 오는 9월 27일까지 본관 제1·2전시실에서 2026년 민주인권평화전 ‘강요배: 시간을 품다’를 연다. 관람료는 무료다.
이번 전시는 강 화백의 첫 개인전(1976) 50주년을 맞아 마련된 대규모 회고전이다. 1992년 제주 귀향 후 그린 풍경 연작과 최근작에 이르는 50여년의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작가 개인과 시대의 기억이 겹겹이 쌓인 시간의 층위 속에서 민주·인권·평화의 가치가 어떻게 회화적 언어로 축적되고 변주됐는지를 드러낸다.
전시장에는 제주4.3기록화 연작을 영상으로 다시 제작한 ‘동백꽃 지다’와 함께,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제작한 신작 ‘철목(鐵木)’과 ‘광음(光音)’도 처음 공개됐다. 더불어 회화와 영상 42여점, 아카이브 자료 등이 함께 전시됐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강요배 회화의 중심에는 ‘시간의 물질화’가 있다”고 소개한다. 물감을 덧칠하고 밀어내며 겹겹이 층위를 쌓는 제작 방식은 표면 질감을 넘어 작가의 몸이 시간을 거듭 통과한 물질적 기록으로 화면 위에 남는다는 것이다.
붓질의 축적이 곧 시간의 축적으로 그가 즐겨 그린 제주 바다와 바람, 돌과 하늘은 단순한 풍경의 소재에 머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인간의 삶과 죽음을 품어온 이 존재들은 거칠고 메마른 물질성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진 것 사이를 오간다.
광주시립미술관 윤익 관장은 “민주인권평화전은 광주라는 도시가 품어온 오월 정신을 기념하는 것은 물론 인류 보편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뜻깊은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에 초대된 강 화백은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 60년 그림들을 부려놓으니 어떻게 보일지⋯ 가슴이 두근두근 뜁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강요배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제주4.3항쟁을 몸소 겪으며 평범한 이름을 가진 이들이 오해를 받아 색출되고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때문에 아들에게는 ‘요나라 요(堯)’와 ‘북돋을 배(培)’라는 특별한 한자를 붙여 이름을 지었다.
강요배는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1979년 졸업하고 1982년 동 대학원을 마쳤다. 1980년대 민중미술 동인 ‘현실과 발언’ 활동을 하며 시대적 현실을 작품에 새겼다.
1988년부터 3년간은 고려시대부터 4.3까지 제주 민중 항쟁사를 주제로 한 역사화 연작 ‘제주민중항쟁사’를 그렸다. 이 연작 50점을 모아 1992년 학고재에서 ‘강요배 역사 그림-제주민중항쟁사’를 열기도 했다.
이 전시는 제주4.3의 현실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역사 주제화의 새 지평을 연 전시로 평가받는다. 이후 강요배는 제주 자연과 역사를 담은 회화를 꾸준히 제작해왔다. 2015년 이중섭 미술상, 2018년 옥관문화훈장, 2020년 이인성 미술상, 제5회 제주4.3평화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