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27일 연희예술극장 개최
제주4.3 당시 학살을 피해 몸을 숨겨야 했던 사람들의 기억에서 시작해, 사라진 존재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다시 자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연극이 공연된다.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연희예술극장에서는 제주4.3을 소재로 한 인터랙티브 이머시브 연극 ‘곱을락’이 공연된다. 컴퍼니 우연이 주최, 주관하는 연극이다.
인터랙티브 이머시브는 공연이나 전시 공간으로 관객이 직접 들어가 상호작용 하는 형태다. 이번 공연에서도 정해진 관객석을 떠나 자유롭게 이동하며 상황에 맞는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
작품 ‘곱을락’은 예술경영지원센터 ‘2026 예술분야 초기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 기반 공연이다. 뉴키즈인베스트먼트가 보육사로 참여했다.
공연은 관객과 배우의 위치와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조명, 영상, 음향 등을 연동시키는 실시간 ‘센싱기술’과 공연예술을 결합한 관객 참여형 무대로 꾸며진다. 고이현 작, 양해연 연출 등이다.
제목 ‘곱을락’은 제주어 ‘곱다’, 즉 ‘숨다’라는 뜻에서 출발했다. 제주4.3 당시 학살을 피해 몸을 숨겨야 했던 사람들의 기억에서 시작된 연극이다.
컴퍼니 우연은 작품에서 제주4.3의 역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관객의 노력을 통한 기억’이라는 화두를 관객의 행동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공연은 사라진 사람들을 하나의 역사적 숫자나 희생자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으며 학교에 가고 밥을 먹고 사랑하고 늙어갔을 사람들을, 관객의 기억과 행동을 통해 다시 한 사람의 존재로 마주하게 한다. 공연은 관객에게 묻는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과거의 사람들을 다시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기억하려 노력할 때 과거의 사람들은 어떤 기억을 이야기해 줄 것인가”.
관객은 고정된 객석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대신 직접 공간을 이동하며 인물과 흔적을 마주한다. 공연 초반 관객은 공간 곳곳에 흩어진 인물과 흔적을 발견하고 각 인물의 서사에 맞는 행동을 수행한다. 관객의 위치와 오브제 변화는 실시간으로 감지되고 각 행동은 조명과 영상, 음향의 반응으로 이어진다.
관객이 흔적을 발견하고 기억하기 위해 수행한 작은 행동이 실제 공연 속 변화를 만들어내면서, 관객은 자신의 움직임이 공연의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공연 중반에는 인터랙션의 중심이 관객의 행동에서 배우의 이동으로 확장된다. 배우들은 위치추적 센서를 착용하고 공간을 이동하며, 배우가 서는 위치와 이동 경로에 따라 조명과 영상, 음향이 자동으로 변화한다. 마지막에는 관객과 배우가 같은 공간에 모여 서로를 바라보고 기억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행위가 된다.
공연은 25일은 오후 3시와 오후 7시, 26~27일은 오후 2시와 오후 6시에 열린다. 러닝타임은 90분이며 14세 이상 관람가다. 티켓 가격은 4만원으로 예술인과 24세 이하, 65세 이상, 복지카드 소지자는 20% 할인된다.
배우 김건후, 송이나, 김민호, 정세윤, 권수정이 출연하고 소리꾼 전지원이 함께한다. 예매는 NOL티켓과 플레이티켓에서 할 수 있다.
양해연 연출은 “중요한 것은 관객이 센서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해 한 행동이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공간을 실제로 변화시켰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단순히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공연 형식에서는 만들기 어려웠던 관객과 작품의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