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135) 61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25명 무죄
“빼앗긴 인생에 비하면 보상은 미약합니다. 직장 기숙사에서 자다 끌려간 아버지는 출소한 뒤 제주에 있는 모든 것을 다 팔고 대전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을 본 동생이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아버지(연좌제) 때문이랍니다.”
직장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뒤 ‘내란’ 혐의로 징역 실형을 선고받고 육지 형무소에서 복역했다. 출소한 뒤로는 제주나 4.3과 관련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
그러나 한번 쓴 굴레는 벗겨지지 않은 채 자식까지 괴롭혔다. 그렇게 제주4.3의 굴레는 세대를 건너 많은 이들의 인생을 빼앗았다.
8일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김상훈 부장)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김봉주 등 25명에 대한 제61차 군사재판 직권재심을 진행했다.
이날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은 내란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 혐의로 끌려가 불법적인 군사재판에 넘겨져 억울하게 처벌을 받은 제주4.3 희생자들이다.
이들은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이어진 1~2차 군법회의(군사재판)에 회부됐다. 1차 군법회의 피해자는 모두 내란죄를, 2차 군법회의 피해자는 전부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를 뒤집어썼다.
이날 재판에서 4.3합동수행단 장지철 검사는 “군법회의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 공소 특정에 어려움이 있다”라면서 죄명과 적용 법조에 비춰 특정한 공소사실 요지를 낭독했다. 증거 역시 없었다.
이어 장 검사는 최종 의견에서 “두 차례 열린 군법회의는 법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었다. 정상적인 재판이었다면 피고인별 혐의와 주장을 살핀 뒤 유죄라면 정도에 따라 형량을 정했아야 했다. 그러나 당시엔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관련 공소장이나 공판조서 등 소송 기록이 전혀 없고 작성했을지 조차 의심스럽다. 희생자 증언에 따르면 죄명을 알려주지 않고 교도소에서 형량을 안 경우도 있었다”며 “3일간 345명이 예외 없이 모두 사형을 선고받은 것도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인들을 일괄 처리하기 위해 최소한의 절차도 지키지 않고 졸속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 공권력의 잘못을 바로잡고 앞으로 더 이상의 비극이 없길 바란다. 무고한 희생자들의 실추된 명예가 회복,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무죄를 구형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고(故) 김병협의 딸 김정옥 씨는 “아버지가 수형 생활을 한 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았고 나름대로 우리(자녀)들도 상처가 컸다”며 “아버지 출소 이후 제주도에 있는 것들을 다 팔고 떠나 대전에서 살았다. 그런데 동생은 공무원 시험에 1차 합격한 뒤 면접에서 떨어졌다. 이유를 물으니 아버지 때문이라더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버지가 수형소를 옮겨 다니며 고생한 사실도 수형 기록을 찾아보며 알게 됐는데 이제야 알게 돼 눈물이 난다. 죄송하고 위로를 드리고 싶다. 무죄를 선고받고 묘소에 가서 축하드리고 싶다. 빼앗긴 인생이 크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수형인명부 기재사실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복원했지만, 이에 대한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그러나 이를 증명할 어떤 자료도 제출되지 않아 범죄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무죄를 선고한 뒤 “희생자와 유족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28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10월28일)
안덕찬, 좌중호, 강승호, 신응반, 신응두, 김군택, 강병호, 현병림, 현기정, 문상기, 오규환, 강기종, 이수성, 양남호, 백우현, 이세근, 이계춘, 김용주, 이성규, 문보택
29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10월28일)
고완병, 김필순, 강위풍, 윤학석, 진윤식, 최문빈, 강효생, 김용철, 강영호, 강희찬, 임한준, 강승홍, 강성봉, 한석도, 오희윤, 강장성, 임평문, 조화옥, 송운옥, 오진옥
6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5년 11월25일)
김병규, 김종인, 김화윤, 김능환, 백창순, 양원춘, 이성수, 강창겸, 김남형, 문진옥, 김성오, 김세홍, 손석규, 현인하, 김규현, 김현수, 고창룡, 정원호, 강창균, 송두경, 양이운, 김구하, 김의창, 양문오, 문지윤, 양철호, 이완형, 김규림, 김두호, 김인하, 이태훈, 양시우, 고치영, 홍옥녀(이명 홍옥례), 강반삼, 강창언, 김희현, 최병호
30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2월10일)
강기춘, 오형준, 고창선, 정철훈, 신수길, 한공칠, 이기선, 신수용, 오창현, 이재공, 문철수, 정삼길, 이용준, 이남호, 김정생, 김상호, 한봉섭, 김상백, 조창휴, 장치만
3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2월10일)
김두창, 오봉언, 김두관, 오봉진, 허기열, 강인화, 고석준, 홍진표, 양동익, 한창숙, 김상호, 백운기, 신덕칠, 문시용, 안임생, 김귀호, 김승부, 김보준, 강기택, 백경훈
3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4월21일)
강순정, 고순향, 고창진, 고태욱, 김영두, 김태호, 문도현, 박창송, 박창호, 박성순, 양경하, 양능용, 양지학, 오두규, 정순모, 한재은, 한태화, 함시종, 현홍식, 홍남두
3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4월21일)
한석기, 양신봉, 박중흠, 오동학, 고시진, 강태백, 허두문, 고근수, 김한추, 윤덕빈, 김정호, 현주규, 정생두, 양진원, 현성우, 현경호, 현원학, 채치만, 김봉추, 홍술생
3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6월9일)
강두근, 강반삼, 강열, 고예구, 양관표, 김해주, 부덕현, 송정석, 신상균, 이덕삼, 강영반, 김평기, 문동화, 송경욱, 양시우, 오창우, 김관성, 김서규, 강군열, 강기호
3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6월9일)
김경환, 김상은, 강팽성, 오복아, 오정혁, 정복선, 양봉익, 홍중석, 정두옥, 안재인, 강삼용, 강만수, 강방수, 강창규, 고석원, 고승화, 김중립, 안상보, 오남해, 이완영
61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6년 9월8일)
김봉주, 고기훈, 양만진, 김영근, 현필식, 조종흥, 전창학, 고규남, 고완철, 김병협, 김재길, 박경추, 부성탁, 이철수, 박계협, 신운화, 문달언, 김복실, 강창언, 이성대, 안방운, 한기출, 강행탁, 현석중, 양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