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희생된 어린이 818명의 이름을 기록하고 호명해 온 영화 '퐁낭의 아이들'(감독 사유진)이 오는 16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특별 상영된다.
이번 상영은 살아 있는 관객을 위한 일반적인 영화 상영이 아니라, 제주4·3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 특히 어린 나이에 생을 빼앗긴 아이들을 향한 ‘기억의 순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퐁낭의 아이들'은 제주4·3 당시 희생된 10살 미만 어린이 818명의 이름을 찾아 기록하고 호명하는 에세이 필름이자 포에틱 시네마다. 사건을 재현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기보다 이름과 목소리, 몸과 침묵, 풍경을 통해 부재한 존재들을 현재로 불러내며 기억과 애도의 가능성을 묻는다.
영화는 16일 오후 7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각명비에서 상영된다. 영화의 상영 시간은 80분이다.
이 작품은 올해 2월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대학원 특별 초청 상영을 시작으로 제주, 대구, 서울, 광주, 천안, 인천, 해남, 진주 등 여러 지역을 거치며 관객들과 만나왔다.
오는 10월 3일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국가폭력과 어린이’를 주제로 한 국제 워크숍에 초청되어 상영될 예정이다. 제주4·3 어린이 희생자 818명의 이름을 다시 부르는 영화가 제주를 넘어 세계의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제주4.3평화공원에서 진행되는 상영회는 지금까지의 상영과 다른 방향을 향한다. 영화가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기억해 온 죽은 이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었고, 이제 그 아이들에게로 찾아간다. 그리고 영화는 자신이 태어난 존재들에게 돌아간다.
사유진 감독은 이번 상영을 일반적인 추모 상영이나 기념행사가 아닌 ‘기억의 순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퐁낭의 아이들'이라는 영화가 극장 밖으로 나와 결국 이 영화가 태어난 존재들에게 돌아가는 기억의 순례라고 생각한다"며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상영보다 온전히 죽은 자들을 위한 상영,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상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역사가 죽은 이를 숫자로 남길 때, 영화는 그 숫자에서 한 사람씩 불러내어 이름을 돌려준다. 숫자로 기록된 희생자 한 명 한 명에게는 이름이 있었고, 얼굴이 있었으며, 한 번뿐인 삶이 있었다.
특히 어린이 희생자들을 호명해 온 '퐁낭의 아이들'에게 이번 상영은 영화를 다시 그들에게 돌려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제주에는 ‘가메기 모른 식게’라는 말이 있다. ‘까마귀도 모르는 제사’라는 뜻으로, 제주4·3 이후 희생자의 제사조차 드러내놓고 지내지 못했던 시절, 남몰래 지내야 했던 제사를 일컫는다.
오랫동안 죽은 이들을 위한 제사조차 숨겨야 했던 섬에서, 이제 영화는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곳을 찾아가 스크린을 펼친다.
"아이들에게 영화를 통해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4·3 당시에 죽어가야 했던 아이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고 함께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