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4·3의 정신,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본격화
"제주4.3 평화와 인권의 가치, 세계적으로 확산해 나가야"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넘어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가 됐다.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일깨운 과거사 해결의 모범 사례로서 제주4·3의 정신과 가치는 이제 인류 보편의 평화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그 의미를 확산하고 기억을 이어가기 위한 후속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현재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제주4·3아카이브 기록관 건립과 함께, 제주4·3의 정신과 가치를 다음 세대와 세계에 확산하는 일, 이른바 4·3의 전국화·세계화는 중요한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헤드라인제주>는 제주4·3의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록유산의 세계적 가치 확산’과 ‘기억의 전승 및 기록의 세계화’를 주제로 2회에 걸쳐 그 방향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주4·3의 전국화·세계화는 2025년을 맞아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그해 4월 10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결정이 내려졌다.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이는 제주4·3의 역사적 가치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등재가 승인된 기록물은 제주4·3의 진실 규명에서 시작해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은 '진실을 밝히다 : 제주 4.3아카이브(Revealing Truth : Jeju 4.3 Archives)'다. 이 아카이브에는 제주4·3의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 1만4673건이 담겨 있다.
기록물을 유형별로 보면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 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 1만 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 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 3건 등이다.
제주4·3의 진실을 밝히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려는 제주도민의 염원과 진정성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제주4·3 진상규명과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과거사 해결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제주4·3의 가치를 세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아울러 4·3 기록물을 인류 보편의 자산으로 후대에 전승하기 위한 작업에도 나서야 한다. 등재 기록물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함께 아직 발굴되지 않은 기록물의 조사·수집, 훼손과 소실 방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제주4·3아카이브 기록관 건립은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기록관 건립은 8월 이재명 국민주권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제주 7대 공약에 반영됐다. 이어 기본계획 수립 용역 국비 2억 원이 확보되며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주도는 4·3 기록물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체계적 보존을 목표로 단계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록관은 단순한 기록 보관 시설을 넘어, 4·3의 기억을 미래세대의 교육과 연구, 나아가 국제 평화 담론으로 확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기록관이 건립되면 4·3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연구자와 도민, 미래세대가 기록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록의 보존과 활용을 아우르는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변영근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제주 4·3기록물은 4·3의 진실과 역사, 화해와 상생의 과정을 담은 소중한 기록유산”이라며 "기록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제주4·3의 기억을 보존하고, 교육과 연구로 확장하며, 세계와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족과 전문가, 도민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최적의 건립 방향을 마련하고, 4·3의 기록과 평화·인권의 가치를 미래세대에 전하는 기록문화 거점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타당성 조사.기본계획 수립 착수
이런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최근 제주4.3 아카이브 기록물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기록관에 무엇을 담아낼 것인지, 어디에 건립할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 것인지를 두고 지난 1년 여간 다양한 각도의 논의가 진행돼 온 가운데, 이제부터는 본격 실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기록관은 총사업비 300억 원(국비 100%) 규모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될 예정이다.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을 결합한 라키비움(Larchiveum) 형태로 조성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보존·전시·교육·연구 기능을 통합 수행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지난 9일 제주문학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제주 4·3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에는 용역 수행기관인 재단법인 한국자치경제연구원 관계자와 4·3 관련 전문가, 유족, 관계 부서 관계자 등이 참석해 용역 추진 방향과 주요 과업을 논의했다.
주요 과업은 △기록관 건립 기초자료 및 현황 조사·분석 △기록관 건립 관련 제도·법규 분석 △도민 및 유족회 등 관련 기관·단체 의견 수렴과 설문조사 △기록관 건립 후보지 분석 및 적정 규모 제시 △기록관 건립 기본구상(성격·목적·기능·추진 방향 등) △건축 및 시설 기본계획 수립 △법률·정책·경제·기술적 측면의 건립 타당성 검토·분석 등이다.
이 가운데 기록관 건립 후보지와 적정 규모 등에 대한 검토 결과가 주목된다.
◇ 4.3기록관,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부지는 어디에?
용역진은 국내외 4·3 관련 기록물 관리시설 현황과 사례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기록관 건립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개발 용이성, 접근성, 환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후보지를 분석하고, 후보지별 특성과 여건을 비교해 적정 규모와 공간 구성, 운영·관리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록관의 구체적인 건립 방향은 용역 과정에서 공청회와 도민·유족 등 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적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앞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9월 제주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4·3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토론회’에서는 4·3 관련 단체와 유관기관, 도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록관 건립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건립 방식과, 무엇을 담아낼 것인지, 그리고 어디에 건립할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용역에서는 기록관의 역할과 기능, 운영 방향, 건립 부지 등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제주4.3 평화와 인권의 가치, 세계적으로 확산해 나가야"
본격화되는 4·3 기록관 건립사업과 함께, 제주4·3이 지닌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확산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제주4·3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일관된 전달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금 우리가 제주4·3의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만큼, 이제는 세계 시민들에게 4·3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4·3의 정명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제주4·3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표준안은 마련돼야 한다”며 “개인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4·3을 설명하기보다는 기본적인 교훈과 의미를 담은 기준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내용과 사례를 덧붙여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4·3특별위원장을 지낸 하성용 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안덕면)은 제주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대해 “4·3의 기록적 가치가 제주와 대한민국을 넘어 인류가 함께 보존하고 기억해야 할 유산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 의원은 특히 “이번 등재는 단순히 과거의 피해를 담은 기록이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4·3의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유족과 제주도민,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이어온 노력과 그 과정까지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4·3 기록물의 체계적인 보존과 활용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기록관 건립과 전문인력 확보, 전시와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을 통해 4·3 기록물이 국내외 연구와 교육, 미래세대 전승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4·3의 기록을 ‘세계의 기억’으로 만든 것이라면, 이제는 그 기록에 담긴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세계의 교훈’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밝혔다.
고미경 제주특별자치도 4·3지원과장은 제주4·3의 세계화를 위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마련된 국제적 협력 기반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해외 공관과 재외 한국문화원 등과의 협력을 통해 제주4·3이 지닌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해 왔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국제적 협력 기반을 더욱 넓혀 세계 각국과 4·3의 과거사 해결 경험을 공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 교류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세계와 함께 제주4·3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 의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과 취재협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