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관련 국내외 언론 보도를 매일 자동으로 수집·아카이빙합니다
기사 제주일보

4.3의 아픔을 나눔으로...고(故) 김을생씨 1억원 기부

아들 김춘보씨와 자녀, 어머니 김을생씨까지 3대가 온정의 손길

제주4·3의 아픔을 간직한 유족이 평생 모아온 1억원을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제주4·3희생자 유족인 고(故) 김을생씨(1925~2021)는 아너소사이어티 특별회원으로 가입, 전국 4000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강지언)가 21일 밝혔다.

고인은 생전에 기부한 2600만원과 4·3 피해보상금 5000만원에 아들인 김춘보 제주4·3희생자유족회 고문(78)이 2400만원을 보태 총 1억원의 기부금을 마련했다.

3대째 농사를 지어왔던 김춘보 고문의 고향은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다.

1948년 11월 군·경 토벌대가 마을에 불을 지르며 강경 진압작전을 벌이자, 가족 모두는 중산간에 있는 궤(작은 동굴)로 피신했다.

이듬해인 1949년 봄 그의 가족은 ‘귀순하면 살려 준다’는 선전물을 보고 하산했으나 제주항 주정공장 창고에 가족 모두가 수감됐다.

이후 김 고문의 할아버지(김영호)와 아버지(김병윤)만 빼고 가족들은 풀려났다.

김 고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1949년 군법회의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에 수감됐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행방불명됐다.

당시 그는 두 살, 어머니 김을생씨는 24살이었다. 이들 모자는 남의 밭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김 고문은 가난한 환경으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어려운 형편에서 성장한 그는 1994년부터 후원을 해왔고, 2014년에는 농사를 지으며 평생 모은 2억원을 기부해 아너소사이어티 708호 회원이 됐다. 그는 나눔에 기여한 공로로 2015년 나눔국민대상 국민포장을 받았다.

그는 4·3희생자유족회 상임부회장에 이어 현재 고문을 맡고 있다.

김 고문은 “어머니는 한평생 4·3의 아픔을 간직해 살아왔지만,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보살폈다”면서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가족의 아픔을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으로 실천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의 나눔은 다음 세대로도 이어졌다. 자녀 역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3대에 걸쳐 나눔을 실천하게 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하면 회원이 된다.

현재까지 아너소사이어티로 모인 누적기부금은 4495억원에 달한다. 부부와 가족,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패밀리 아너’는 1109명(486가족)으로 전체 회원의 28%를 차지해 나눔 문화를 이끌고 있다.

윤여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아너소사이어티 4000호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특별한 기부자를 모시게 됐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국민이 나눔에 동참하고 세대를 넘어 나눔의 가치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