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특별법 개정 4차 토론회, 6일 국회서 개최
제주4.3을 제도적으로 규정하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에는 사건, 소요사태 등의 단어로 4.3을 정의하고 있다. 동시에 4.3을 상징하는 백비는 여전히 4.3평화기념관에 한 구석에 누워있다.
4.3 80주년이 어느덧 2년 앞으로 다가왔다. 4.3 정명의 길은 법적인 절차 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이 일상에서 4.3의 새 이름을 정착시키는 ‘관습법적’인 길로도 가야한다는 조언이다.
6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제주4.3특별법 개정을 위한 4차 공동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 김한규·문대림·김성범·정춘생 국회의원, 제주4.3기관·단체 연석회의가 공동 주최했다. 뿐만 아니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범국민위원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가 공동 주관했다.
“다가오는 4.3 80주년을 앞두고 남은 과제를 매듭짓고, 더욱 완결성 있는 법적·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위성곤 지사의 서면 축사 내용대로, 이번 토론회는 4.3특별법이 염두 해야 할 4.3의 남은 과제를 정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주제 발표에 나선 이재승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는 2024년 김한규, 정춘생, 문대림, 위성곤 의원이 차례로 발의한 법안을 참고로, 4.3특별법의 주요 쟁점을 짚었다.
이재승 교수가 꼽은 쟁점은 총 9가지다. ▲제주4.3 사건에 대한 정명(正名)과 정의(定義) ▲피해범주 확대, 피해자 범위의 확장 ▲희생자의 배제 문제 ▲재심 ▲왜곡비방죄 신설 ▲가해자 상훈 박탈 ▲의료복지재단 ▲유족회 지원 ▲유족의 의료정보 제공 등이다.
가장 오랜 숙제이기도 한 정명에 대해 이재승 교수는 “절묘한 해법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사에서 4.3사건의 중요성, 좌·우익의 역사 이해와 체험 차이, 피해자들과 유족 간의 현격한 생각 차이가 번번히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건’을 대체할 후보 개념은 세간의 평가를 모아 양민학살, 항쟁, 항거, 폭동, 대학살, 통일운동 등을 거론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지만, 이재승 교수는 “피해양상이 아니라 원인과 대의에서 정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5.18민주화운동 사례를 들며 “5.18진상규명법이 진상규명 대상으로서 신군부의 범죄에 주목했더라도 5.18민주화운동의 시민항쟁적 성격을 약화시킨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며 “그런 면에서 민주화보상법 상 민주화운동의 정의 규정은 여전히 모범적인 정의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재승 교수는 4.3정명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사안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4.3사건과 선대들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해야 그들의 명예회복에 적절할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고 주목했다.
또한 “제주도 사람들이 사적인 혹은 공적인 모임에서, 시민사회의 공론장에서, 제주도의회에서 제주4.3 사건 대신에 적절한 명칭을 반복해서 사용함으로써 정명을 관습법적으로 확득하는 방법”도 제안하며 “자신을 의문스럽게 여기면 남들도 그를 의문스럽게 여긴다. 스스로를 바르게 부를 때에만 후속세대도, 심지어 가해자도 그 이름의 주인들을 존중하게 될 것이다. 이제 제주도민은 인정투쟁을 바로 자신들을 향해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01년 헌법재판소가 4.3 봉기에서 주된 역할을 맡은 남로당 간부를 희생자에서 배제한 사안을 두고, 이재승 교수는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관심이 없고, 어째서 봉기했는지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봉기했다는 사실에만 집착하는 외눈박이 헌법교리”라고 강도 높게 문제 삼았다.
무엇보다 국제인도법, 인권법, 헌법질서에도 부합하지 않고, 이후 내려진 과거사 판결들과도 양립하지 않는다면서, 현재까지 4.3사건의 희생자를 부단히 분류하고 배제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승 교수는 “남로당 간부였다거나 어떤 좌익전력이 있는 사람은 희생자가 될 수 없다는 사고는 적절한 견해가 아니”라며 2025년 불법구금, 의심스러운 증거로 유죄가 된 공산당 지도자 이관술에 대해 위법한 증거의 문제로 최종 무죄 판결을 내린 사안을 예로 들었다.
4.3 왜곡·비방 행위는 “제주4.3특별법은 허위사실유포를 금지행위로서 제시하고 있을 뿐 독자적인 처벌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공공질서에 관한 범죄’로 다루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왜곡비방행위를 인터넷상 유포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속한 규제나 인터넷 사업자의 자율규제 등은 더욱 활성돼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독일형법 사례를 참고해 과거사관련법이 아닌 일반형법 차원에서 규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재승 교수는 “과거사 정리작업에서 왕도는 없다. 때로는 우연적인 요소들, 외생적인 요인들이 폭포수처럼 작용한다. 그러나 명예회복운동에서도 법칙은 존재한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여 전진해 나가고 그리해서 다른 과거사 정리에 선한 영향을 미치고, 또 국내외적으로 다른 과거사정리작업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람의 일이 대부분 그렇듯이 당사자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고립돼서는 이룰 바가 없다”고 연대의 힘, 도민사회의 끊임 없는 노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명과 주요 쟁점의 해법이 ‘제주4.3사건종합보고서’에서 더욱 명료화될 것 ▲80주년 앞두고 유족·시민사회 역량 모아 4.3특별법 개정시안을 신속하게 작성 등 과제를 제시했다.
다른 발표자인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상임부회장은 유족 입장에서 발표하면서 “희생자를 결정함에 있어 예외자가 없어야 진정한 화해와 화합을 위한 기초가 마련된다”고 희생자 제외에 반대했다.
그러면서 “유죄 판결을 받은 기록이 없다고 해도, 경찰서, 또는 형무소에서 수감된 기록이 있는 사람까지 4.3희생자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성주 부회장은 “그 동안 현실과의 타협 때문에 미루었던 주제들을 폭 넓고 심도 있게 논의할 시점에 왔다. 80주년을 맞아하면서 수차례 논의됐던 4.3특별법 제2조의 ‘정의’ 부분이 개정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거대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면서 “이렇게 마련된 법률안이 ‘정명’을 위한 토대가 돼 80주년 이후에 더 이상 ‘제주4·3사건’이 아닌 제대로 된 이름으로 호명돼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창완 변호사(제주4.3위원회 위원)는 “국가가 행사한 공권력이 적법했는지를 먼저 묻고, 위법한 국가행위가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권리구제의 내용을 판단하는 구조가 법치주의에 보다 충실할 수 있다”고 희생자 인정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
또한 “어떠한 사람을 희생자 인정에서 배제하려 한다면, 단순한 정치적 성향이나 추상적 의심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와 객관적 자료에 기초해야 한다”며 “배제사유에 대한 설명과 입증의 부담은 피해자 측이 아니라 국가가 더 무겁게 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피력했다.
또한 4.3왜곡 처벌에 대해서는 ‘학살이나 국가공권력 행사의 존재처럼 객관적으로 상당 부분 확인된 사실을 악의적으로 조작하거나 허위사실을 만들어내는 행위’와 ‘희생자 개인이나 집단의 존엄을 훼손하거나 폭력과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는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4.3의 원인, 역사적 성격, 정명과 같은 문제에 관한 학문적·정치적 평가’는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넓히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다른 토론자인 홍일심 표선고 교장은 “교육은 4.3의 기억을 미래로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장치”라고 신신당부했다.
독일 과거사 교육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행정기관의 책무와 체계적 지원 명확히 규정 ▲현장 교육과 기록·구술 증언을 교육자원화 ▲사실, 사람, 가치, 실천의 단계로 추진되는 4.3 교육 ▲글로벌 평화·인권 교육으로 확장 등이 4.3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