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동아시아 민주화 운동의 본보기
기록 보존은 물론 통합 DB구축·외국어 번역 ‘앞장’
기록관 공신력…민주화운동 왜곡·폄훼에 적극 ‘대응’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세계화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의 롤 모델이 되기 위한 과정이다. 2011년 5·18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인류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인권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 본지는 제주4·3의 세계화를 위해 광주의 사례를 소개한다.
1980년의 5·18민주화운동은 홍콩, 미얀마 등에서 독재 권력과 불의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에 본보기가 됐다.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군경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모습은 41년 전 5·18 당시 광주의 비극과 매우 닮았다. 한국은 미얀마에 ‘희망의 상징’으로 통한다. 과거 시민의 힘으로 군부독재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쟁취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관장 김호균)은 2015년 5월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개관했다. 총사업비 266억원(국비 125억원·시비 141억원)을 투입해 지상 7층·지하 1층, 연면적 5450㎡ 규모로 건립됐다.
‘오월의 기록, 인류의 유산’을 대주제로 층별 공간이 구성됐다.
지난해 방문객은 일반인 8만1891명, 학생 1만2961명, 어린이 5458명, 외국인 3843명 등 총 10만4153명으로 집계됐다.
기록관에는 1980년 5월 당시 신군부 세력에 맞서 시민들이 작성한 성명서, 호소문, 일기, 수첩들과 5·18 진상 규명을 위한 증언들, 피해와 복구상황 파악을 위한 행정기관 문서, 군사법기관의 재판자료, 국회 청문회 회의록, 피해자 병원치료 기록과 관련 보상자료, 미국의 5·18 관련 비밀해제 문서를 전시·보존하고 있다. 문서철은 4271권 85만8904쪽, 흑백필름 2017컷, 사진 1733장 등이다.
기록관은 5·18민주화운동의 세계화를 위해 2023~2024년 3차 통합 DB구축 사업에 나섰다.
지류 43만8646면, 마이크로필름 4만4158면, 시청각영상변환 3920점, 고해상도촬영 2564면, 외국어번역(영어·독일어·중국어·일어) 5471면 등을 전산자료로 구축했다. 이들 기록은 ISO30301(기록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그동안 4200여 권, 85만여 페이지 이상의 기록을 영구 보존하는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인공지능(AI) 플랫폼 기반 고도화 사업으로 한글 및 영문 홈페이지를 설치했고, 기록관리시스템 클라우드(대형 저장장치)를 운영 중이다. 전 세계인들은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기관과 개인에게 산재돼 있던 5·18 문서·사진·필름·구술기록을 무료로 볼 수 있게 됐다.
5·18정신을 기록·정리해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민주·평화·인권 가치 확산과 기록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기록관측은 2017년부터 매년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2회의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또한 교육·연구·전시 기능을 강화했다. 기록관은 개관 초기 어려운 여건에도 정기 전시·주제 전시 등을 통해 당대의 기록을 시민에게 알리고, 학생 및 연구자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록 접근 기회를 확대했다.
광주시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 17년간 방대한 5·18 자료를 집대성해 ‘5·18민주화운동자료총서’ 61권을 발간했다.
이 총서 자료는 모두 기록관에 이관됐다. 기록분석 사업 등은 5·18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기록관은 ‘보존 중심 기관’을 넘어 ‘기억 생산 기관’으로 기능적 지위를 넓혔다.
5·18 기록관은 민주화운동의 왜곡·폄훼에 대응했고, 사회적 기억의 정립에 기여했다. 지난 40여 년간 5·18은 사회적·법적 진실 규명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논쟁과 왜곡의 대상이 돼 왔다.
기록관은 사실 검증 자료 제공, 표준화된 교육 콘텐츠 개발을 통해 공적 진실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록관의 공신력 있는 자료 제공은 왜곡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사회적 화해와 민주주의 교육에 필수적인 기반이 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4·3 기록물의 체계적인 관리와 나아가 세계적인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 300억원을 투입, 2030년 12월 말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4?3기록물의 역사적 사료로 그 가치를 확장하고, 다양한 활용을 위한 공공 아카이브 공간 조성하는데, 기록·전시·교육·연구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서관·기록관·박물관을 통합한 복합문화 공간 형태로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3기록관은 ‘라키비움(Larchiveum)’ 형태로 설치된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아카이브(Archives·기록보관소)+박물관(Museum)을 통합한 공간이다.
■ 인터뷰-김호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기억을 토론하는 공론의 장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5·18민주화운동기록관 10년사(史)를 발간한 것은 지난 10년의 기록을 모으는 시간이었고, 동시에 기록의 의미를 묻는 시간이었다.”
김호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현재 5·18기록관이 관리하고 있는 기록물은 3만점이 넘고, 이 가운데 약 3800여 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핵심 기록”이라며 “그러나 숫자는 기록의 전부를 말해주지 않는다. 한 장의 치료기록에는 한 사람의 고통이, 한 컷의 사진에는 공포와 연대의 순간이 응축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5·18기록물 통합DB 구축사업은 전국에 분산된 약 379만 면의 기록물을 전산화해 기록관리 체계와 대국민 서비스 환경을 구축했고,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은 기록을 과거의 증거가 아니라, 오늘의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살아 있는 텍스트로 읽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프랑스 귀스타프 에펠대학교 ‘1980년 5월 한국 민중항쟁 사진 아카이브전’ 과 올해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력의 등불’ 은 광주의 기억을 유럽과 미국 시민사회와 학계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사례로, 사진 기록을 매개로 민주주의와 국가폭력의 문제를 공유하며, 5·18이 세계적 공감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기록관을 찾은 수많은 시민과 학생, 그리고 국내외 연구자들은 기록을 통해 5·18을 새롭게 이해해 왔다”며 “기록관은 보존의 공간을 넘어 기억이 토론되고 질문이 교차하는 공론의 장으로 거듭났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