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시린 봄, 그날의 제주를 걷다…‘제주4·3’의 흔적을 찾아서
제주4·3 사건은 1948년 시작되어 수만 명이 희생된 한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특히 북촌리에서는 1949년 300여 명의 주민이 토벌대에 의해 집단 학살당했다. 이 사건은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과 강요배의 그림 등 예술 작품을 통해 기억되며, 너븐숭이 유적지에는 기념관과 위령탑이 세워져 희생자를 추모하고 명예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봄꽃이 다투어 피어나는 계절, 노란 유채꽃이 물결치는 제주에도 화사한 기운이 흘러넘친다. 하지만 제주의 봄이 늘 아름답기만 했던 건 아니다. 1948년 4월이 그러했다. 그해 봄에도 꽃은 피어났다. 그러나 서슬 퍼런 이념의 광풍에 휩쓸려 금세 시들어버렸고, 꽃잎이 진 자리엔 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수년간 ‘토벌’이라는 미명 아래 많은 사람이 스러져갔지만 그 누구도 억울한 심정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던 엄혹한 시절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꼽히는 제주4·3 이야기다.
한날한시 제삿날이 같은 마을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20㎞ 남짓 달리면 아담한 포구를 품은 북촌리에 닿는다. 서우봉을 사이에 두고 함덕과 이웃한 작은 어촌 마을이다. 북적북적한 옆 마을에 비해 북촌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느낌이다. 구불거리는 골목길 끝에서 작은 어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포구와 마주쳤다. 쪽빛 바다와 이어진 북촌포구는 마을 사람들의 삶터이자 제주 올레길(19코스)이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포구 안쪽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때때로 바람이 슬쩍 잔물결을 일으키며 단조로운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선창에 걸쳐진 구름다리에 오르자 소박하고 평온한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