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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을의 흔적...서정희 사진전 '잃어버린 4.3마을' 내달 1일 개막

문화/예술 진상규명 추모/기념
요약

사진가 서정희가 제주4·3으로 소멸한 110여 곳의 마을을 추적하여 기록한 사진전 '잃어버린 4·3마을'이 4월 1일부터 서귀포시 무경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지도와 증언을 따라 중산간 일대를 걸으며 담장, 우물, 도자기 파편 등 사라진 마을의 흔적을 담아낸 작업으로, 대나무숲은 과거 삶의 자취를 증언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드러난다.

제주4·3의 광풍 속에 지도 위에서 사라진 마을의 흔적을 기록한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가 서정희의 개인전 '잃어버린 4·3 마을'이 오는 4월 1일부터 26일까지 서귀포시 대정읍 무경갤러리(추사박물관 인근)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제주 전역에 흩어져 있던 110여 곳의 이른바 ‘잃어버린 4·3 마을’을 수년간 추적하며 기록한 작업이다. 서 작가는 지도 위에만 남은 지명과 행정기록 속 지번, 그리고 지역 어르신들의 희미한 증언을 따라 중산간 일대를 걸으며 사라진 마을의 자취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작가가 마주한 것은 더 이상 ‘마을’이라 부를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담장과 우물, 집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밭과 대나무숲, 깨진 도자기 파편만이 남아 있었다. 사진 속 풍경은 겉으로는 고요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한때 사람이 살았던 자리의 시간과 기억이 조용히 스며 있다.

기억의 실타래를 따라 도착한 장소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숲과 흙 속에 남은 도자기 파편들은 그곳이 분명한 삶의 자리였음을 말없이 증언한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나무숲은 중요한 상징으로 읽힌다. 아무 말 없는 댓잎의 흔들림은 그 자리가 한때 사람의 숨결이 머물던 집터였음을 드러내는 가장 강한 표식이 된다.

이번 연작은 핫셀블라드 907X 디지털 백과 로덴스톡 그란다곤 58mm 렌즈의 조합으로 완성됐다. 왜곡 없는 정방형 프레임은 공간을 과장하거나 감정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관람객이 풍경의 밀도를 정직하게 응시하도록 이끈다. 균형 잡힌 화면 안에 담긴 현재의 빛과 색은 역설적으로 과거의 시간을 환기하며, 사진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기억을 붙드는 틀로 기능한다.

서정희 작가는 “이번 작업은 무엇이 남아 있는가보다 무엇이 사라졌는가를 마주하는 일이었다”며 “지워진 공간의 침묵을 오늘의 시선으로 기록하면서, 끝내 남지 못한 삶의 자리를 마음으로 더듬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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