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병선 공적비·군경 공적비 이설
왜곡 논란 시설 순차적 이설 추진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4·3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기 위해 역사왜곡 논란 비석의 자리를 옮기고 그 옆에 객관적 사실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역사 바로잡기에 나섰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지난 28일 제주4·3평화공원으로 함병선 장군비와 군경 공적비·충혼비를 이설하고 제주4·3의 진실을 담은 안내판 ‘바로 세운 진실’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12월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첫 번째 안내판을 설치한 데 이은 두 번째 조치다.
함병선 공적비는 1949년 6월 ‘제주도치안수습대책위원회 남제주군지회’ 명의로 세워져 오등동 특수전사령부 훈련장 내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2003년 공식 확인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는 함병선이 제2연대장으로 부임한 후 1949년 1월 조천면 북촌리 주민 400명 가량의 집단 학살을 주도했고 두 차례 군법회의 최고지휘관으로서 재판 절차 없이 수많은 민간인을 처벌한 것으로 기록됐다.
제주도는 이 사실들을 공적비 바로 옆 안내판에 적시했다.
군경 공적비·충혼비는 제주지방기상청 부지에 방치돼 있던 것을 이번에 함께 이설했다.
1949년 8월 세워진 공적비는 제2연대 장병과 경찰대원, 대한청년단, 민보단의 활동 성과를 기리는 내용이며 이듬해 세워진 충혼비는 군경과 우익단체 희생자 860여명을 추모하는 비석이다.
제주도는 4·3역사 왜곡 대응 자문단 논의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비석들을 제주4·3평화공원으로 이설했다.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은 “함병선 공적비를 4·3평화공원으로 옮긴 것은 그를 기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의 죄상을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려 살아있는 죄의 기록으로서 후대에 준엄한 교육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 땅에 4·3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 비석을 반면교사의 이정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임문철 4·3평화재단 이사장도 “정부 공식 보고서가 나온지 23년이 지났지만 가해자의 책임을 철저히 묻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지적돼 왔다”면서 “누가 가해자인지 역사 앞에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객관적 사료와 자료가 도민과 전 세계에 알려질 수 있도록 철저힌 잔싱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오늘은 제주4·3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에 도민과 함께 바로잡기 위한 두 번째 자리”라며 “더 이상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경찰지서 옛터 표지석 등 4·3 역사 왜곡 논란 시설물에 대한 안내판 설치와 이설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