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기억 이어가는 청년들...전시, 포럼, 대행진으로 4.3의 정신-가치 계승
제주대 아라캠퍼스 한가운데 위치한 학생회관이 거대한 역사박물관으로 변신했다.
제주4.3의 시대적 배경과 진행 과정을 다룬 자료들부터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다룬 사료들, 각종 이미지와 영상들이 가득 찼다. 기사를 읽고 엽서를 작성하면 유족들에게 전달하는 ‘유채꽃 우편함’과 4.3 관련 자료집과 책들을 큐레이팅한 ‘기억의 책장’도 설치됐다.
4.3주간,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오가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4.3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입체적 전시 프로젝트다.
양유준 제주대 총학생회장은 “정보 전달을 넘어 ‘어떻게 하면 학우들의 마음속에 깊은 공감의 울림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일상의 공간에서 역사를 체험하게 한 것은 4.3의 아픔을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세부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전시를 관람한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유족 입장에서 정말 뿌듯하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제주대에 타 지역이나 타국에서 온 학생들도 있는 만큼 4.3의 진실과 가치를 널리 알리고 4.3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세대의 시각에서 4.3의 가치를 다루기 위한 논의의 장도 열렸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대 DREAM 총학생회가 2일 개최한 ‘전국대학생 4.3포럼’에는 전국 각지의 대학생들이 함께했다.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현재의 언어로 재정리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며 “갈등과 대립이 여전한 우리 사회에서 4.3이 보여준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윤정원 총학생회 4.3연대국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포럼에서는 4.3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 정신을 확산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개인의 일상 속 실천, 청년세대의 역할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최연우 전국국공립대학생연합회 의장(부산대 총학생회장)은 “4.3은 특정 지역의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이라며 “제주4.3을 전국적 기억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사회적 공감대가 함께 이뤄져 특정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역사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리로 나선 청년들 평화를 외치다
2일 오후에는 제주대, 제주한라대, 제주관광대 3개 대학 총학생회와 전국국공립대학생연합회가 힘께한 ‘4.3정신계승 청년학생 결의대회’가 열렸다. 장소는 제주4.3의 도화선이 된 1947년 3.1발포사건이 발생한 관덕정 앞.
이들은 ‘전국 대학생 4.3 평화선언’을 통해 “4.3의 진실을 올바르게 세우고 주변에 알리며 역사의 왜곡과 폄훼에 당당히 맞서는 ‘기억의 전수자’가 되겠다”며 “국가가 제주4.3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하고 왜곡과 폄훼에 단호히 대응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국의 청년들과 연대해 4.3의 정신이 평화와 상생의 상징으로 세계 속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며 “4.3이 남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가슴이 새기고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과 연대하며 더 정의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선언을 마친 이들은 대학생 4.3평화 대행진에 나섰다. 행렬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출발한 청소년, 유족과 시민단체와 합류해 제주문예회관까지 이어졌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거대한 발걸음이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청년위원회 이건웅 위원장은 “대학생과 청소년, 유족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행진은 제주도민이 함께 평화를 위해 걸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청년들이 4.3의 정신을 계승하고, 4.3의 아픔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픔과 비극들을 함께 기억하고 행동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청년들의 움직임은 4월을 넘어 계속된다.
제주평화재단 대학생 서포터즈인 ‘4.3동백 서포터즈’는 올 한해 4.3을 알리고 의미를 나누기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 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들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시작해 유적지 기행과 평화캠프 등 각종 4.3교육을 통해 평화의 전도사로 거듭난다. 대학 축제에서도 4.3을 알리기 위한 활동에 나서고, 인스타그램 글로벌 계정을 운영하며 각종 콘텐츠를 통해 4.3의 가치를 알린다.
제주4.3 78주년을 맞는 2026년, 제주의 청년들은 멈춰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