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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민일보

“끝내 불리지 못한 어린 이름들을 호명하다”

문화/예술 추모/기념
요약

사유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퐁낭의 아이들'이 서울에서 특별 상영된다. 이 작품은 제주4·3 사건에서 희생된 818명의 어린이를 기억하며, 제주 토속의 소리와 침묵을 통해 관객이 공동 애도에 동참하도록 한다. 영화는 역사적 비극을 아름답고 엄숙하게 기리는 방식을 제시한다.

영화 〈퐁낭의 아이들〉 서울 특별 상영

제주4·3의 기억을 새로운 방식으로 환기하며 깊은 울림을 전하는 특별한 영화가 오는 13일 서울영화센터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사유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퐁낭의 아이들’은 참혹한 역사 속에서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못한 채 사라져간 818명의 어린 영혼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작품이다.

제주에는 ‘가메기 모른 식게(까마귀도 모르게 치르는 제사)’라는 슬픈 말이 있다.

“아이들 죽은 데는 식게 하지 말라”는 모진 금기 속에서 이들의 죽음은 끝내 애도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은밀한 슬픔으로 이어져 왔다.

영화는 바로 그 수십 년간의 거대한 침묵을 깨고 스크린을 통해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불러낸다.

작품은 ‘사냥갑서’ ‘진토굿 소리’ ‘꽃염불 소리’ 같은 제주 토속의 원초적인 울림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바람 소리와 풍경 소리, 그리고 의도된 침묵과 여백의 시간 속에서 스며 나오는 그리움의 리듬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기억의 정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통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단순한 감상자를 넘어 아이들의 이름을 함께 부르고 기억하는 공동의 애도 과정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된다.

잊혀가는 역사와 소외된 영혼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퐁낭의 아이들’은 현대인들에게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는 가장 아름답고 엄숙한 방식을 제안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예은 기자

hjkk7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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