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유산 등재 제주4.3 기록물,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완전한 명예회복 최선...4.3 진압 공로 서훈, 취소 근거 마련할 것"
[종합] 이재명 대통령이 제78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일을 앞둔 29일 제주를 찾아 “제주4·3의 완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제주4·3의 역사를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행위에는 적극 대응하는 한편,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제시했다. 아울러 4·3 강경 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 논란과 관련해 “앞으로 4·3 진압 공로 서훈에 대한 취소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혜경 여사와 함께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위령탑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제주 4·3을 기억하며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민·형사 시효제도를 폐지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화리조트 제주 한라홀에서 제주4.3 희생자 유족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제주4.3 현안과 과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먼저 “해마다 4월이면 제주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큰 비극이 4·3이기 때문”이라며 “잔인한 국가폭력에 희생된 제주도민들을 생각하면 대통령으로서 매우 송구한 마음이 든다”고 피력했다.
이어 추념일보다 앞서 제주를 찾은 배경에 대해 “대통령이 되고 처음 맞이하는 추념식이라 꼭 참석하고자 했지만, 긴박한 국제 정세와 외교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며 “아쉬운 마음에 하루라도 먼저 제주를 찾아 4·3을 6년째 참배하고, 여러분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4.3, 결코 잊어서는 안될 역사...국가폭력 범죄로 도민 10% 목숨 잃어"
이 대통령은 “제주4·3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라며 “이념 갈등의 광풍 속에서 벌어진 반인권적 국가폭력 범죄로 제주도민의 10%에 가까운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수히 많은 소중한 생명이 붉은 동백꽃이 떨어지듯 한순간에 스러졌다”며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은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온전하게 애도할 권리조차 누리지 못했고, 권위주의 정부 시기 내내 침묵을 강요당했다”고 짚었다.
또 “질곡의 역사를 끊어내기 위한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의 오랜 투쟁과 헌신이 오늘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눈 덮인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동백처럼, 여러분의 간절한 염원과 노력으로 감춰졌던 진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3특별법 제정·시행과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 공식 사과에 이어 제주4·3희생자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매년 정부 주관 추념식이 열리고 있다”며 “2022년 특별법 개정을 통해 희생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명예 회복과 보상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4월, 약 7년에 걸친 노력 끝에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와 희생자의 명예 회복을 이끌어낸 여러분의 노력이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향한 위대한 실천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며 “4·3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헌신해 온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 "제주4.3, 과거사 해결의 모범...완전한 명예회복 위해 최선 다할 것"
이 대통령은 "제주4.3은 현대사의 비극이었지만 제주 도민들께서 보여주신 제주 43의 해결 과정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며 "모든 국가 폭력, 과거사 사건이 보고 배울 수 있는 평화와 화해, 그리고 해결의 모범이 바로 제주4.3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4월이 되면 모두가 추모와 애도를 이야기하지만 그만큼 기억하고 또 주목해야 할 것은 제주도민들께서 보여주신 극복과 회복의 역사"라며 "4.3을 거치는 동안 제주에서는 20대에서 30대의 한 세대가 (목숨을 잃어) 통째로 사라졌고, 마을이 불타고 식량이 고갈된 극한 상황에서도 유족과 제주 도민들은 끝끝내 생존하고 성장해 마침내 아름다운 제주 공동체를 복원하고야 말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쉽지 않은 과정을 견디며 역사의 굴곡을 헤쳐오신 유족 여러분과 제주 도민 여러분이 존경스럽다"며 "우리 국민주권정부는 유족과 제주도민의 노력을 되새기며 제주4.3의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4.3왜곡.폄훼 적극 대응...4.3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추진"
제주4.3 관련 과제와 관련한 입장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제주4.3 대한 왜곡과 폄훼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아직 완결되지 못한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9차 희생자 유족 신고 기간과, 가족 관계 작성 및 정정, 혼인 입양 특례 및 보상 신청 기간을 연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월 4.3위원회의 정정 결정으로 출생 신고 전 가족의 사망 등으로 잘못된 고적으로 살아야 했던 유족들이 서류상으로 다시 제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며 "다행스러운 일이고, 앞으로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을 위한 가족 관계 정정이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더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제주4.3 기록물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나아가 세계적인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4.3진압 공로 서훈 취소근거 마련...국가폭력범죄 시효 폐지"
4.3강경진압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 논란과 관련해서도 단호한 원칙을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희생자와 유족께 상처를 안겨준 43사건 진압 공로 서훈에 대해서는 취소 근거를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희생자 유해 안치와 관련해서도 유족 여러분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고 희생자들께서 유족의 품으로 돌아오실 수 있도록 신원 확인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회 지원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도 국회와 협의해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족회가 비법정단체라는 한계를 벗어나 국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어 "마지막으로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소멸시효를 완전히 배제해서 살아있는 한 형사 책임을 끝까지 지고 상속 재산이 있는 한 그 자손들까지 그 범위 내에서 책임을 지도록 형사 처벌 시효, 그리고 민사 대상 소멸시효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소멸시효 폐지 법률은 이미 윤석열 정부 당시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재입법을 통해, 국가폭력으로 국민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 나치 전범처벌처럼 영구적으로 책임을 묻는 제도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은 비극을 막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으로 지켜낸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이라는 제주 4·3의 가치가 우리 사회를 하나로 모으고,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모두발언 중 9차례 박수 터져나와...가족관계 정정 첫 사례 소개도
이날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유족들이 자리한 객석에서는 모두 아홉 차례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두발언이 끝난 뒤에는 지난 2월 제주4·3위원회에서 가족관계 인지 결정, 사실상 ‘자(子)’에서 희생자의 자녀로 정정된 첫 사례로, 고계순 어르신의 사연 발표가 이어졌다.
휠체어를 타고 참석한 고계순 어르신은 1948년 6월 태어났지만, 출생신고 전인 같은 해 12월 아버지가 4·3으로 희생되면서 작은아버지의 자녀로 호적에 올랐다. 이번 가족관계 정정을 통해 70여 년 만에 친아버지의 자녀로 바로잡혔다.
고계순 어르신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국가에서 아버지의 이름 아래로 호적을 다시 올려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