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은 기억한다] ① 李 대통령 “국가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 발언 의미
제78주년 제주4.3 추념식을 앞둬 제주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형사 공소시효 폐지와 민사 소멸시효 배제를 골자로 하는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시국 때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거부권)로 무산된 법률안이 제주4.3 ‘박진경 국가유공자 지정 논란’으로 재조명받는 모양새다. [제주의소리]는 제78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을 앞두고 국가폭력 공소시효·소멸시효 폐지가 제주4.3에 어떤 영향을 줄지 2차례에 걸쳐 살핀다. [편집자주]
“2차 보복이 두려워 말도 못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숨어 산 시기가 너무 길었다. 다행히 국가권력이 정상화되고, 국민을 위한 국가가 완성되면서 국가폭력에 대해 사죄와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도 이뤄지고 있다. 제주4.3 고통의 세월이 길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0일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우리나라 대규모 국가폭력의 출발점이고, 가장 오랜기간 고통을 받았다”며 4.3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국가폭력에 대한 형사 공소시효 폐지와 민사 소멸시효 배제를 위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시효특례법)’ 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해당 법률은 2024년 12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시효특례법이 제정되면 제주4.3 민간인 학살 등 국가폭력에 깊숙이 가담한 인물에 대한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 또 국립묘지에 안장된 인물의 파묘도 가능하다.
현행 상훈법 제8조(서훈의 취소 등)에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나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형을 받았거나 적대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서훈 취소가 가능하다. 또 사형,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금고형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
시효특례법으로 공소시효와 소멸시효가 사라지면 과거 국가폭력에 깊숙이 가담한 주범격에게 죄를 물을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른 서훈 취소 절차가 뒤따른다는 얘기다.
또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영예성(榮譽性)을 훼손한다고 인정되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영예성은 ‘명예로움’을 뜻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정부의 거부권으로 시효폐지법안이 폐기되고, 제주4.3 양민학살의 주범격인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회에는 제주4.3특별법과 상훈법 개정안 등이 잇따라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공적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작성·공개해 서훈 심사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한다거나 4.3과 같은 국가폭력 과거사 관련 상훈을 받은 인물에 대한 서훈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이다.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소요사태,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령(禁足令) 해제까지 7년6개월 넘게 이어진 4.3 역사에 아직까지는 피해자만 있다.
미군정과 이승만 전 대통령, 조병옥 경무부장, 송요찬 9연대장, 박진경 11연대장 등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 했지만, 수십년간 이어진 군사독재정권에서는 침묵의 세월을 강요당했다. 민주화 이후 일정 부분 진상규명이 이뤄졌음에도 가해자 처벌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4.3 문제 해결의 거의 마지막 단계가 민간 학살을 주도한 주범격 인물 등에 대한 재조명이라 할 수 있다.
민간인 학살 주범격 인물이 국가적 영웅으로 계속 추앙받는 현실을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단체들이 4.3 때 단순히 상급자의 명령을 수행한 군·경들에까지 책임을 물으려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2013년 8월2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도재향경우회는 ‘화해와 상생을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서로가 당시 이념의 광풍에 휩쓸린 피해자라며 4.3 문제 해결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50년 넘게 서로 손가락질하던 4.3희생자와 유족, 경찰이 미래 세대를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제주4.3이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존중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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