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제주4·3 희생자 유족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제주도민과 국민 여러분,
일흔 여덟(78) 번째 제주4·3을 맞는 이 자리에서 다시 그날의 아픔을 마주합니다.
이름 없이 스러져 간 모든 희생자 영령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머리 숙여 추모의 뜻을 전합니다.
그리고 긴 세월, 차마 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오신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랜 시간 말할 수 없었고, 말해서도 안 되었던 기억.
숨죽여야 했던 진실은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제주는 기억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역사를 끝까지 외면하지 않았고, 잊지 않았으며, 끝내 진실을 마주했습니다.
상처에 머무르지 않고 상생의 내일로 나아가는 제주의 선택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숭고한 여정입니다.
제주4·3이 인류가 기억해야 할 보편의 역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기억을 포기하지 않았던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의 용기 덕분입니다.
제주4·3의 진실을 기억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며 비극을 넘어서며 희망의 역사로 이어가는 일.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무입니다.
사랑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최근 오랜 세월 뒤틀려 있던 가족관계를 비로소 바로 세우는 첫 결실이 있었습니다.
올해 2월, 제주4·3 희생자이신 고(故) 고석보님과 자녀 고계순님의 친자관계가 마침내 확인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제주에는 국가 폭력에 의해 가족관계가 뒤틀린 채 살아오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친생자관계 확인 신청 이백 서른(230) 건을 포함해, 혼인관계나 양친자관계 등 잘못된 가족관계 정정을 요청한 전체 건수는 오백 아홉(509)건에 이릅니다.
제주도는 사실상의 가족관계를 신속히 확인해 억울한 유족의 올바른 이름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아울러, 가족관계 정정 이후의 보상금 지급 절차도 책임 있게 처리해 나가겠습니다.
올해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제주4·3 당시 도내에서 행방불명 되셨던 고(故) 송태우님, 고(故) 강인경님이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제주도는 그동안 제주4·3평화재단과 협력해 찾을 수 있는 분부터 반드시 찾는다는 원칙으로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지난 2023년 처음으로 대전 골령골에서 고(故) 김한홍님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번에 고(故) 김사림님, 고(故) 양달효님, 고(故) 강두남님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지난 2024년 처음으로 고(故) 양천종님의 신원이 확인된 데 이어, 이번에는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 최초로 고(故) 임태훈님과 고(故) 송두선님의 신원확인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로써, 대전 골령골, 광주형무소 옛터, 경산 코발트 광산, 도외지역 세(3) 곳의 유해에서 4·3희생자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오늘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 평화공원에는 시신을 찾을 수 없는 희생자 표석, 사천 백 서른 여덟(4,138)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제주도는 마지막 단 한 분까지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각오로 유해 발굴과 신원확인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제주4·3 희생자 유족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제주도민과 국민 여러분, 제주4·3은 이제 세계의 역사입니다.
지난해 제주4·3 기록물 1만 4,673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4·3의 진실과 가치는 전 세계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추념식에 앞선 제주방문에서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언급하며, 제주도민이 보여준 4·3의 정의로운 해결 과정은 우리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기록물이 체계적으로 보존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4·3 아카이브 기록관 구축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주4·3은 아픔을 딛고 평화로 나아간 역사이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낸 인류의 유산입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제주4·3의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오늘의 삶 속에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도민과 함께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선포했습니다.
제주도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세계에 전파하는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아울러 제주4·3을 왜곡하고 훼손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대응하겠습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박진경 추도비에 객관적 사실을 적시한 「바로 세운 진실」안내판을 설치했습니다.
이번 제주방문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시효를 없애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히셨습니다.
이 땅에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4·3의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제주도는 3월 28일, 박진경에 이어, 함병선 공적비, 그리고 군경 공적비와 충혼비를 4·3평화공원으로 옮기고 그 옆에 「바로 세운 진실」안내판을 설치했습니다.
제주도는 앞으로도 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고 훼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지켜낸 제주4·3의 진실이 다음 세대에 온전히 기억될 수 있도록 제주도는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진실을 향한 제주의 여정에 도민 여러분과 언제나 함께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제주4·3 희생자 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